[시승기] 사천에서 체험한 ’스카니아 슈퍼‘ 모델

마력 상향에 최대토크 발현 최적 RPM 범위 확대로
파워 및 변속감 향상·소음 감소·연료 효율성 8%↑
‘리타더+CRB’ 전 속도 구간서 감속 효율 극대화

시승코스로 스카니아 사천 PDI서부터 삼천포로 이어지는 사천대로 26km 구간이 활용됐다. 주행 중인 슈퍼 트랙터
시승코스로 스카니아 사천 PDI서부터 삼천포로 이어지는 사천대로 26km 구간이 활용됐다. 주행 중인 슈퍼 트랙터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따금씩, 아니 생각보다 자주 전면 그릴에 ‘SUPER(슈퍼)’ 엠블럼을 내건 스카니아 대형트럭들이 눈에 띄곤 한다. 이들 트럭은 스카니아 매니아를 자처하는 트럭 차주들이 국내·외 차량 용품 애프터마켓에서 별도 제작된 엠블럼을 구입해 자체적으로 부착한 트럭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국내 스카니아 차주들의 오랜 기다림 속 스카니아 ‘슈퍼’가 드디어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슈퍼 라인업은 1961년 스카니아의 전신인 ‘스카니아-바비스(Scania-Vabis)’가 개발한 슈퍼차져(Super Charger) 엔진 ‘DS10’이 탑재된 ‘고성능·고효율 트럭 라인업 75 시리즈’를 계승한다. 당대 스카니아 기술력을 대표하는 구동 파워트레인이 장착돼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트럭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많다. 

특히, 지난 8월 31일 국내 정식 출시된 스카니아 슈퍼는 스카니아 창립 130주년, 초대 슈퍼 모델 출시 60주년을 맞아 2021년 공개된 효율성 끝판왕 대형트럭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과거엔 슈퍼차져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에 모델명이 슈퍼로 정해졌었지만, 현재는 13리터(ℓ) 터보차져(Turbo Charger) 엔진이 장착됐음에도 슈퍼의 맥을 잇는다. 

스카니아 슈퍼 엠블럼 모습
스카니아 슈퍼 엠블럼 모습

‘진짜’ 순정 엠블럼, ‘SUPER’ 위용 뽐내
기자는 ‘진짜’ 스카니아 슈퍼 엠블럼이 궁금해 경남 사천 소재 스카니아코리아 출고센터(PDI)를 방문했다. 작년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2022 IAA’에서 실물을 보긴 했지만, 그저 숫자로만 접했던 ▲연비 8% 개선 ▲마력 상향 조정 ▲최대토크 상향 조정 및 RPM 범위 확대 ▲신규 보조브레이크 ‘CRB (Compression Release Brake)’ 시스템은 물론, ▲‘에콜루션(Ecolution)’과 같은 각종 첨단 기능들도 체험하고 싶어서였다.

본격적인 시승 전 트럭 외관부터 살폈다. 역시나 전면 그릴 중앙에 떡 하니 부착돼 있는 무광의 회색 메탈 소재 ‘SUPER’ 엠블럼이 트럭의 위용을 감쌌다. 운전석 쪽 트럭 측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마치 바람을 형상화한 듯한 데칼도 한눈에 들어왔다.

이외 그나마 변화가 포착된 외관 모습은 모델명이었다. 이전 모델까지는 프리미엄 라인업인 ‘S 시리즈’에만 ‘540 S’처럼 마력 뒤에 시리즈명이 붙었는데, 이번 슈퍼 모델서부터는 ‘R 시리즈’를 비롯하여 터보차져 엔진이 장착된 스카니아 슈퍼 모델이라면 모두 같은 형식으로 명명됐다.

운전석 측면 전체를 덮고 있는 마치 바람의 슈퍼 모델 전용 데칼
운전석 측면 전체를 덮고 있는 마치 바람의 슈퍼 모델 전용 데칼

최적화된 구동계통…외관 빼고 ‘진짜’ 싹 바뀌었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대형트럭 운전에 적응하기 위하여 스카니아코리아 PDI 부지 내 트랙에 배치돼 있는 트랙터에 올랐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핸들과 계기판, 센터페시아 부분은 꽤나 익숙했다. 여느 공차 중량의 대형트럭처럼 가속 페달은 매우 가벼웠고, 이내 잠깐의 주행으로 차체 크기와 핸들링, 페달감에 익숙해졌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본격 외부 도로 시승 코스인 왕복 약 26km 길이의 PDI에서부터 삼천포로 이어지는 사천대로로 향했다. 

공차 상태의 부지 내 시승 트럭과는 달리 약 18톤의 중량물을 실은 컨테이너 트레일러를 매달아 총중량 35톤을 구성한 ‘560S 6×2’ 트랙터의 일반 도로 주행 첫인상은 ‘가볍고 편하다’였다. 밟는 대로 뻗어나가고 변속감이 매우 가벼워졌으며, 운전하기 편하게 모든 구동계통이 최적 세팅돼 있었다. 

솔직히 마력 상승은 전문 트럭커가 아닌 기자로서 체감하긴 어려웠지만,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RPM 구간이 넓어졌다는 설명은 크게 와닿았다. 평지나 내리막 주행 시엔 대부분 1,000rpm 내외서 변속이 순차 진행됐으며, 오르막길 주행 시엔 탄력을 받기 위해 1,300rpm 내외서 변속이 진행됐다.

이는 기존 540마력 엔진 기준 최대토크 275kgf·m을 발휘하기 위한 최적 RPM 범위가 1,000~1,300이었던 데 반해, 슈퍼 엔진의 경우 파워도 560마력, 285kgf·m으로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최적 RPM 범위가 900~1,400으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낮은 RPM 변속은 변속감은 향상시키고 주행 중 소음을 줄여주며 연료 소모도 낮춰 연비를 향상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해당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연비를 8% 향상 시켰다는 것이 스카니아 측의 설명이다.

보조브레이크인 리타더와 CRB 브레이크의 자동 작동 레버
보조 브레이크인 리타더와 CRB 브레이크의 자동 작동 레버

‘진짜’ 편한 주행…핸들만 잡아도 연비왕
이윽고 긴 직선 코스에 접하자마자 크루즈 컨트롤을 가동시켰다. 계기판에는 크루즈 컨트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었음을 표시해주는 문구와 바로 앞 차의 속도를 표시해주는 속도계가 나타났다. 트레이너의 설명으론 크루즈 컨트롤 구동 중 해당 속도계가 뜨면 앞 차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페달을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는 가장 안전한 상태란다.

주행의 모든 것은 자동화돼 있었다. 크루즈 컨트롤 구동 하에서 핸들에 손만 대고 있으면 알아서 트럭이 힘을 받고 달렸다. 계기판을 쳐다봤다. 순차적으로 오르던 변속 단수 숫자가 9에서 10이 아닌 N으로 변경됐다. 바로 스카니아가 자랑하는 지형 기반 운전자 맞춤형 서비스 솔루션인 ‘에콜루션’이 자동으로 구동된 것이다.

트럭 스스로 언덕길을 넘자마자 더 이상 고단으로 변속이 필요 없다고 판단, 별도 조작 없이 기어를 중립으로 변경해 탄력 주행 환경인 ‘에코롤(Eco-Roll)’ 상태에서 연비를 최대 7% 향상시키는 기능이라는 트레이너의 설명이 뒤따랐다. 장거리 운행 시 운전 부담을 줄여 안정적인 운행도 돕는다고.

스카니아 슈퍼 운전석 모습
스카니아 슈퍼 운전석 모습

라이닝 마모 ‘진짜’ 적다…‘CRB’ 보조브레이크 추가
갑작스레 사이렌이 울리고 도로의 모든 차들이 급히 멈춰 섰다. 지난 8월 23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민방위 활동의 일환으로 차량이 20분간 정차하게 된 것. 기자도 차량을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니 기존 ‘리타더(Retarder)’ 보조 브레이크의 ‘위잉~’ 소리와는 다른 낮은 ‘우웅~’ 소리가 들렸다. 배기 브레이크인가 싶었는데, 트레이너는 이번 슈퍼 모델에 신규 추가된 일명 ‘제이크 브레이크’라고도 불리는 ‘CRB’ 보조브레이크라고 설명했다. 대형버스에서는 대중적이나 국내 진출한 대형트럭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브레이크라고.

CRB가 작동하니 리타더 작동 때와 마찬가지로 계기판 우측 하단에 동그라미 두 개를 연결한 ∞ 표식에 불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감속 상황에서도 고속에서는 향상된 성능의 리타더가 트럭을 잡아주었으며, 저속에 접어들자 CRB와 배기 브레이크가 연속적으로 감속을 도우며 부드럽게 멈춰 섰다. 결국 라이닝과 연료의 큰 소모 없이 완전 멈추며 시승을 마쳤다.

그래도 트럭 산업을 관통하는 흐름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 하나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을까 하는 ‘적재 능력’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 많은 짐을 싣더라도 연료 소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연료 효율성’이다. 

2023년 8월. 큰 노력 없이 총중량 35톤의 스카니아 슈퍼를 시승하며 비전문가로서 3.2km/ℓ라는 높은 연비를 뽑아낸 기자의 소감을 적어본다.

‘트럭의 존재 가치를 관통한 스카니아 슈퍼. 스카니아가 스카니아했다’

터보차저 엔진과 기어박스, 리어 액슬로 구성된 스카니아 슈퍼의 구동계통 모습
터보차저 엔진과 기어박스, 리어 액슬로 구성된 스카니아 슈퍼의 구동계통 모습
※이미지 클릭 시, 해당 브랜드 DB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미지 클릭 시, 해당 브랜드 DB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