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저조한 실적으로‘사업 재검토 TF팀’운영 중
가스공사 무성의-충전소 부족-화물차주 기피 등 원인


국토해양부가 추진 중인‘LNG(액화천연가스) 혼소화물차 보급사업’이 위기에 몰렸다. 차량 개조의 성과도, LNG충전소의 건립도 관할 부처의 추진의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업 실패’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광역으로 운행되는 중대형 이상 영업용 화물차에 친환경적인 LNG를 연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환경오염은 물론, 물류업체들의 경영악화 현상을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던 이 사업은 추진 된지 불과 3년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 존폐위기에 서 있는‘LNG 혼소화물차 보급사업’. 물류업체들의 경영악화 현상을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던 이 사업은 추진 된지 불과 3년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보급사업 재검토 TF팀’운영
현재 국토부는‘LNG 혼소화물차 보급사업 재검토 TF팀’을 운영 중이다. 한국가스공사,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공단, 전국화물차운송사업자협회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팀은 각각 현장실사를 통한 경위파악으로 사업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의견서 및 관련 자료들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향후 이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LNG 화물차 보급사업 지속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친환경성, 경제성, 실용성 면에서 획기적인 사업이라며 추진됐던 LNG 화물차 보급사업이 지속적인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지난 5월 감사원은 ‘에너지시책추진실태’ 감사결과에서 국토부가 추진 중인‘LNG 혼소화물차 전환사업’이 부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사업자체에 대해 사업성을 재검토 하라는 통보를 전달했다. 사업수요, 기반시설 구축 등 사업이 성사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미비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돼 실적이 매우 부진하다는 이유였다.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은 정부로부터 한국가스공사가 지원받은 350억원의 예산이 사용하지 못한 채 반납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준비 없는 일처리는 혈세 낭비의 지름길”이며, “처음부터 철저한 계획 및 검토 후 다시 사업을 시작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LNG 혼소화물차 보급사업은 재검토되고 있으며 관련업계의 우려 역시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성, 경제성, 실용성 등의 장점을 내세워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3년 전과는 달리 이제 LNG 혼소화물차 보급사업은 업계나 정부에게 애물단지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LNG, 경제적인 친환경 연료라고 내세웠는데…
지난 2008년, 국토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와 관련한 대응책 중 하나로 LNG연료를 활용하는‘LNG 혼소화물차 보급정책’을 발표했다. 당시는 급등한유가로 인해 화물차운전자의 총 지출액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서고, 경유차량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이나 미세먼지(PM)의 비중이 국내 전체 자동차 배출량의 81%, 100%를 각각차지하고 있던 때라 대체연료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이에 화물연대가 영업용 화물차량의 수익성 개선을 요구하며 집단운송거부에 나서자 경제와 환경, 두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LNG 혼소화물차 보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LNG 혼소화물차는 현재 국내에 보급돼 있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와 같이 천연가스를 사용하기에 대기오염물질이나 미세먼지의 배출이 적다. 그러나 액화 상태로 보관되기에 1회 충전만으로 600km(450ℓ용기 1개) 이상 운행이 가능하다.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LNG가 장점이 많은 연료라는 것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 사안이다. 실제 지난 2009년 실시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의 시험 결과에 따르면, LNG 혼소화물차의 전환에 따른 자동차 연료별 연간 오염물질 배출량은 CO2는 12%, CO는 57%, NOx는 11%, PM은 3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가스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료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LNG 혼소화물차로 개조할 경우, 유가보조금과 할인을 고려한다면 연간 814만원, 이를 제외할 경우에는 2만3,855만원의 비용이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국고에서 지원되는 유류보조금 역시 경유사용량의 감소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더해졌다. 이에 국토부는 한국가스공사를 보급사업 시행주체로 하여 100% 국고 보조금을 활용한 LNG 혼소화물차 개조사업을 진행해 왔다. 운송종사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개조비용 전체를 지원하는 근거도 마련해 1대당 개조 지원금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예산을 책정했으며, 2009년 이후에는 매년 2,500대 이상의 차량을 개조할 것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성급한 추진이었나? 너무도 저조한 사업진행
하지만 실제 결과는 초라한 수준이다. 2011년 9월 현재 LNG 혼소화물차로 개조한 차량은 205대에 불과하다. 사업 초기 목표와는 비교하기도 민망한 2.56%의 실적 달성율이다. 경제성도 좋고, 환경 친화적이기도 한데다 개조비용까지 정부에서 전액 지원해 준다면, 화물차 운전자들이 개조를 미룰 이유가 없다. 설사 보급사업 초기에는 조심스러워 했을지라도 3년여가 지난 지금에는 LNG 혼소로 개조된 화물차가 곳곳에서 눈에 띄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주변에서는 LNG 혼소화물차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감사원이나 국회에서 정부의 성급한 추진을 문제시 삼는 것도 이렇게 저조한 개조 실적에 기인한다. 과연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장점이 그렇게 많고, 개조까지 무료로 해준다던 LNG 혼소차량이 화물차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충전소와 개조하려 해도 개조가 가능한 엔진 모델이 2가지 밖에 없다는 한계, 그리고 정부 부처간의 안이한 대응 및 이로 인한 화물차주들의 외면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얼기설기 얽혀져 있었다.

만들기로 약속한 충전소, 소식 감감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크게 지적하고 있는 것은 충전소의 부재와 한국가스공사의 무성의함이다. 2008년 LNG 화물차 보급 사업이 처음 추진할 당시, 국토부는 한국가스공사와의 협약을 통해 주요 도로나 거점 등지에 6개 이상의 LNG 충전소를 추가로 건립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역시 LNG유통과 충전소 건립은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었기에 지원을 통해 화물차량이 이용할 수 있는 LNG충전소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아 차량개조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LNG개조 업체 한 관계자는“한국가스공사가 약속한 LNG충전소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충전소도 없는데 경제성이고 친환경이고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무리한 추진을 비판했다. 현재 국내에 LNG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은 인천, 평택, 대전, 광양, 포항, 동해 등 몇 곳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의 위치는 주요 도로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떨어진다.

포항 LNG 충전소의 경우 화물차량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속도로에서 20km이상 떨어진 시내버스 차고지에 위치하고 있어 왕복 40km를 이동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더욱 큰 불편 사항은 이들 충전소들이 시내버스 차고지 내에 있는 액화압축천연가스(LCNG) 충전소이기 때문에 화물차량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LNG 혼소차량으로 개조한 화물차량이 이들 LCNG 충전소를 이용하려면, 트랙터의 경우 트레일러를 분리해야 하며, 카고차량의 경우에는 화물이 없는 공차로 방문해야 충전이 가능하다. CNG버스 차고지 내에 충전소가 있어 화물이 실린 차량은 접근하기도 어렵고, CNG버스 운행에도 불편이 가중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충전기기 변경을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충전 가능 시간까지 제한한다고 하니, 화물차주들이 LNG 화물차로의 개조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 LNG 화물차 보급사업을 위해 상용 운행발대식을 거행하고 있는 모습

가스公, “차량도 없는데 충전소를 어떻게?”
업계에서는 LNG 혼소화물차 보급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충전소가 없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보조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에 있다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업 대부분의 권한이 한국가스공사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한국가스공사가 조금만 더 의욕적 혹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면 이미 수많은 LNG 혼소화물차가 운행 중일 것”이라며“한국가스공사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이, 충전소가 없는 LNG 화물차량은 소비자들로부터 평판까지 나빠졌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는 이들 업계의 시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태를 해석하고 있다. LNG 혼소화물차의 성능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운송사업팀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이 충전소가 없어서 화물차주들이 LNG 혼소를 외면한다고 하지만, 개조 차량이 200여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에서 적재적소에 충전소를 건립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해명했다.

직접 LNG 혼소화물차를 운행 중인 차주들에게 문의해 본 결과 엔진 성능저하의 경험을 겪은 사례가 다수였다고 하며, 이러한 정보가 업계에 널리 퍼져있어 LNG로의 개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즉, 충전소가 없어서 차량 개조 성과가 미비한 것이 아니라 엔진 성능 저하로 인한 차주들의 외면으로 충전소를 건설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근거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자동차연구소에서 차량 성능이 경유 대비 95%라는 객관적인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인되지 않은 일부 화물차주의 주관적인 발언 만으로 전체 차량의 성능을 문제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LNG 혼소화물차 보급사업은 국책 사업임에도, 영세한 민간 사업자들에게 먼저차량을 개조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성토했다.

발등에 불떨어진 업계, 대책 마련에 고심
이유야 어찌 됐든 LNG 혼소화물차와 관련된 업계는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상당한 투자를 감행했던 민간사업자의 경우, 자칫 사업이 철회되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국책 사업임을 신뢰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업체도 있고 주력사업을 LNG 개조로 변경한 업체도 있다. 이들의 경우는 사업 철회로 가닥이 잡힌다면, 회사의 사활까지도 우려해야할 위태로운 상황인 것이다. 몇몇 업체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쉬운 상황만은 아니다.

더구나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토부가 관련 부처로부터‘특단의 대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에서부터 ‘LNG 혼소가 경제성이 좋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긍정적인 의견까지 다양하게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TF팀을 운영하는 것은 사업 부진의 이유를 규명해 보고자 하는 것”이라며, “사업 중단을 전제로 논의하는 것이 아니므로 충분한 검토를 진행한 다면 적절한 원인 분석과 향후 정책방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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