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완성차업체-정부
함께 헤쳐나가는 지혜 절실

완성차업계, 연비향상 위한 노력 지속해야
운전자들, “효율적인 운전습관”길들여야
정부는 큰 도움되는 유류세 인하 결단필요

상용차 운전자들에게 있어 연비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화물차운전자의 지출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2%에 달하며, 일선 운전자들에 따르면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유류비의 비중은 60% 이상이라고 한다. 한달 내내 고된 운전으로 벌어들인 수입 중 절반 이상을 기름값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연비를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줄을 잇고 있다. 비단 운전습관을 올바르게 들이려는 운전자들 뿐 아니라 차량을 제작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들도 연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우 부담되는 단어, 고유가
고유가. 상용차운전자들을 언제나 한숨짓게 만드는 단어다. 물가 상승률을 훨씬 뛰어 넘어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경유와 휘발유는 이제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단어로 인식되고 있다.

그 중에서 고유가로 인한 고통을 최일선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상용차운전자들은 어느 곳에도 의지 할 수 없이 날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을 고스란히 감내해 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른 기름값은 다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국제 유가가 하락했다는 소식이나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고 있다는 소식도 일선 주유소의 판매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계, 학계, 업계에서 이러한 고유가 경향을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 사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나마 ℓ당 100원 인하를 강제했던 정부의 압력도 지난 7월로 기한이 끝나 이제는 고유가의 부담을 운전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운전자들에게 있어 스스로 기름을 아끼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실정이기에 어느 때 보다 운전 습관의 중요성 강조나 급가속 급제동의 자제 등 연비효율을 높이기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잘못된 운전습관 이젠 탈피할 때
최근 몇 년간 화물차량의 연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운전자들의 운전습관 개선이 강조돼 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효율적인 운행이 연비효율 향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입을 모아 왔으며, 무거운 화물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의 경우 실제로도 운전자의 운행방식에 따라 연비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특성상 정속주행은 불필요한 미덕으로 여겨졌고, 편중된 물류량, 수시로 바뀌는 교통상황, 산악지형이 많은 도로여건 등 국내 상용차운전자들이 처한 현실은 연비에 대한 관심 보다‘한번이라도 더 많은 화물을 짧은 시간에 수송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인식은 최근까지도 이어져 2010년 4분기 현재 개별화물차량의 경우 평균 적재율은 109%에 이를 정도의 과적관행이 만연돼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 넘는 고유가가 지속되자 이러한 과거의 인식들을 탈피해야 할 상황이 됐다.

올해 초 전국평균 경유가격이 1,900원에 달했으며, 정유사에 대한 정부의 유가인하 압력의 기한도 지난 7월로 끝나 현재 경유가격은 1,8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운송비가 유가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연비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용차운전자의 경우 운송수익이 유류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하게 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메이커들 연비위한 엔진기술력 더욱 뒷받침해야
과거 관행으로 인해 연비를 높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운행 습관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 역시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사회적으로 이목을 이끄는 것은 배기가스 배출 수준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들이었지만, 실제 연비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력도 상당한 발전을 이뤄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에 상용차를 판매하는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부터 시행된 유로5 기준을 충족시키는 차량모델을 선보이면서 배기가스 배출비율의 저감은 물론 출력 및 연료 효율까지 상승시킨 엔진을 탑재해 전반적으로 3~5%의 연비 상승의 효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입트럭업체 중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볼보트럭의 경우, 2011년 형 FH/FM 시리즈에 친환경 D13C엔진과 인공지능 자동변속기 I-시프트를 탑재했다. 이들 요소는 출력 및 최대 토크의 발생 영역을 넓혀주며, 부드러운 기어 변속 효과로 장시간 운행시 최적의 연비를 구현시켜 준다.

스카니아의 경우는 2011년형 모델에 초고압 연료분사 엔진인 XPI엔진을 적용시켰다. EGR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이 엔진은 가변식터보(VGT)와 함께 파워가 강화돼 낮은 RPM대에서도 출력을 일정하게 유시할 수 있어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가장 앞선 SCR시스템이라 자랑하고 있는 벤츠트럭의‘악트로스 블루텍(Bluetec)’시스템은 디젤 엔진 특유의 힘과 연료 효율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유해물질을 낮춰주기에 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최근 블루텍시스템을 장착한‘뉴 악트로스 40톤’급은 최근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인증기관 DEKRA의 연비테스트에서‘세계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트럭’으로 인정받아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연비에 관한 기술은 국내 업체들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내 상용차판매량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한‘H-엔진’및‘파워텍 엔진’을 활용해 연비를 끌어올렸다.

10ℓ급 H-엔진은 최고 출력 380마력, 최대 토크 170kg/m의 성능을 420마력에 200kg/m로 향상시켰으며, 기존 배기량 12.3ℓ의 파워텍엔진은 12.7ℓ로 늘렸고, 최고 출력은 460마력에서 520마력으로 최대토크는 225kg/m에서 255kg/m으로 높여, 기존 모델대비 2~5% 향상시켰다. 타타대우상용차의 프리마의 경우 국내 최대인 560마력의 힘을 기반으로 기존모델 대비 최대 7%에 이르는 연비의 향상을 기록한 차량을 판매중이다.

기술력향상과 상반된 연비의 실적
완성차 업체들은 저마다 자사 차량의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연비에 대한 성능을 향상시켰음을 강조해 왔다. 상용차 운전자들이 차량 구입시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이 연비 부분이기에 많은 비중을 두고 관심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완성차 업체들의 노력은 그동안 실제로 반영되지 못했다.

연비가 향상된 차량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데 반해 운전자들의 운행 습관이 변화되지 않아 그만큼의 연비효율 향상의 효과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조사한 화물차량의 연비를 살펴보면, 2005년 평균 3.96km/ℓ를 기록하던 화물차량의 연비는 2010년 4.4km/ℓ로 9% 가량 상승했으나, 개별연도로 살펴보면 증감폭이 제각각 달라 연비가 상승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07년과 2008년의 연비는 평균치에 미달할 정도로 떨어진 반면, 2006년과 2009년에는 각각 7%, 28% 상승 하기도 했다. 결국 기술적인 요인으로 연비 상승을 기대하기 보다는 운전자 스스로 연비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바른 주행 습관이 연비 향상을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요인이기도 하다.


올바른 운행습관이 중요…정속보다 탄력주행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 연비 효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차량이라 해도 운전자의 운행 습관이 비효율적이면 연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반면, 연료 소비를 최소화 하는 운행 습관이 익숙해지면 그만큼 연비가 높아져 비용 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월간 6,000km정도를 운행하는 화물차 운전자가 평균 3km/ℓ의 연비로 주행한다고 할 때 단순계산식으로 ℓ당 1km 높인다면 500ℓ의 경유를 절약할 수 있다.

최근 경유가 1,800원으로 환산해 보면 월 90만원 가량의 유류비를 보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단순계산 방식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연비를 높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작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운행이 효율적인 것일까?

올바른 운행 습관에 대한 정확한 방법을 제시하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기관 및 단체에서 화물차의 연비를 높이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조건적인 정속 주행이 결코 화물차의 연비를 향상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물차는 승용차와는 달리 무거운 화물을 싣고 주행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화물의 종류, 크기, 무게 등의 특성을 감안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차량이 차량자체의 무게 이상의 화물을 싣고 주행하므로 정속 주행을 유지하기보다는 도로의 특성에 맞는 탄력 주행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즉, 내리막 길에서 탄력을 받아 오르막 경사를 오르도록 해야 하며 오르막 정상에서는 엑셀레이터 없이 내려오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신 평지에서는 정속으로 주행하는 것이 연비를 높이는 기본 사항이다.

다음으로는 장거리 이동시 고속도로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통행료를 아끼기 위해 국도를 이용하는 운전자들도 많지만, 교차로의 신호대기나 초행길의 심리적인 부담으로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통량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고속도로를 혹은 주 이용도로를 활용하는 편이 좋다.

이 외에도 정기적인 에어필터나 타이어의 점검, 엔진오일의 교환, 차량 무게 최소화 등의 요건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연비 향상을 위한 자세를 생활화 하는 것이 손꼽힌다.

유류세 인하요구에 정부는 ‘부정적’ 견지
고유가로 인해 평상시 운행습관까지 바꾸려는 업계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고통을 국민들 뿐 아니라 정부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류세의 인하다. 현재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의해 340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으며, 시행령에 의해 11.37%의 탄력세율까지 적용돼 전체적으로 375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원유수입관세 3%와, 부가가치세 10%는 물론 별도다.

이 때문에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업계 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은 물론 국회도 나서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시민 모임은 현재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는 유류세의 탄력세를 없애 국민의 물가 불안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필요하다면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많은 단체나 기관 및 언론사들도 유류세를 인하해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부가가치세 인하, 수입 관세 인하, 할당 관세 인하 등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불만을 쏟아내는 실정이다.

그만큼 현재의 기름값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당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만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지만,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인해 효과는 미비하고 세수만 줄어들었기에 이를 우려하는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유류세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유류세를 낮추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소견을 전했다.

세금이라도 내려 유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효과도 없는 유류세 인하를 단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정작 한달에 수천ℓ를 소비하는 화물차운전자들에게는 결론을 기다릴만 한 여유가 없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한 공방을 지켜보기에는 가족의 생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하는데 그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스트레스가 쌓이더라도 연료 게이지를 지켜보며 연비를 끌어 올리는 것 뿐이다. 하루에도 수백km이상을 주행해야 하는 데에서 오는 고단함보다 유류비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큰 화물차운전자들은 오늘도 지친 심신을 달래며 주행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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