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상승 고작 16%…고유가부담 고스란히 화물차주에게
‘차량유지비용 증가’‘수익 하락’두가지 악재 동시 안겨

경유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화물차운전자들의 생계가 어렵다는 것은 늘상 거론되던 사안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경유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그 충격이 특히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ℓ당 2,000원 가까이 올랐던 지난 1분기에는 유류비를 감당할 수 없어 차량운행을 포기하는 화물차운전자들도 상당수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유류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시장의 특성상 국제유가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라 분석하지만, 5월 이후 30일 가까운 하락세를 보인 국제유가에도 국내 주유소 가격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를 때는 많이 오르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린다는 평가를 받은 기름값, 도대체 얼마나 오른 것일까?

▲ 경유가격 인상에 몸살을 앓고 있는 화물차량들이 주유소 앞에 줄지어 있다.

운전자 잡는 경유가격, 10년전 비해 2.7배
경유가격이 지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일선 주유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6월 13일 현재 ℓ당 1,737.61원이다.

이는10년전인 2001년 가격 644.58원에 비해 2.7배나 오른 것이며 2005년 전국 평균가인 1,076.93원보다는 61%가 오른 수치다.

연도별로 따져보면 자동차용 경유가격은 2005년 처음으로 ℓ당 1,000원대를 돌파해 1,079.73원을 기록한 이후, 2006년에는 1,228.76원, 2007년 1,270.32원, 2008년 1,614.72원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9년엔 잠시 -14.32%의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2010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올해는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ℓ당 평균가가 1,700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의 상승률과 비교해 보면, 경유가격의 변화는 상당히 급속했다. 2005년 ℓ당 1,432.25원이던 휘발유는 2006년 1,492.43원, 2007년 1,525.87원, 2008년 1,692.14원으로 올랐다. 2009년 금융위기 시기에 경유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듬해부터는 다시 올라 2010년에는 1,710.41원, 올해는 6월 둘째주 현재 1,916.37원의 평균가격을 기록 중이다.

상승추이는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해도 휘발유와 경유의 증가율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현격함을 알 수 있다. 경유가격의 연평균 증가율은 2006년 당시 13.31%였고 2008년에는 무려 27.1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휘발유의 가격은 2008년 당시 10.9%의 상승률을 기록했을 뿐, 상대적으로 경유보다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생계형 소비자가 많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상승폭이 컸던 것이다. 지난 2005년 이후의 경유가격만 살펴봐도 현재까지 61%가 넘게 올랐고 연평균 증가율 역시 9%가 넘는다.

같은 기간 상승률이 19.42%와 연평균 증가율이 3.76%에 머문 휘발유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치다.국내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지난 10년간 유가가 꾸준히 올랐지만, 휘발유 보다는 경유의 가격 상승세가 훨씬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유 차량 운전자들의 상실감이 휘발유 차량운전자보다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구 분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경유

가격

1,076.93

1,220.31

1,270.32

1,614.72

1,383.55

1,491.32

증감율

-

13.31%

4.10%

27.11%

-14.32%

7.79%

휘발유

가격

1,432.25

1,492.43

1,525.87

1,692.14

1,600.72

1,710.41

증감율

-

4.20%

2.24%

10.90%

-5.40%

6.85%


운임 수입은 제자리,
화물차운전자들의 이유있는 한숨
그럼 이같은 경유가격의 상승은 화물차운전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까? 만약 경유가격 상승분만큼 운송료가 올랐다면, 화물차운전자들의 부담은 상쇄됐을 것이다.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고통 역시 호소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운송료는 경유가격 상승분은 물론 휘발유 가격 상승분조차도 따라가지 못했다.


교통연구원 산하 화물차운송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화물차운전자들의 운임은 2005년 이후 16.5%밖에 오르지 않았다. 지난 2005년 당시 40피트(ft) 컨테이너를 수도권에서 부산까지 왕복할 때 책정된 운임은 평균 71만원 수준이었다.

경유가격이 60%이상 오른 현실을 감안하면, 2010년 현재 최소한 100만원 이상의 운임이 책정돼야 평균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지만, 2010년의 경우 같은 기준 컨테이너 수송 운임은 82만4,650원에 머물렀다. 경유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화물차 운전자의 운임에는 정작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40ft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수도권-부산간 왕복운임은 2006년 73만7,535원으로 3.88% 증가했으며, 과도한 화물차 경쟁이 일어나던 2007년에는 73만5,332원으로 오히려 0.3% 감소했다. 이후,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로 2008년에 5.99% 상승하기도 했으나 2009년 78만2,687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한 뒤 2010년 들어서야 5.36% 상승한 82만4650원에 진입했다.

즉, 가파르게 상승한 경유가격 증가분을 운임이 따라오지 못해 과도한 유류비 부담을 화물차운전자들이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화물업계가 지속적으로 외쳐 온 생계불안의 문제가 수치로써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화물 운임의 비상승은 운전자들의 월평균 수입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005년 802만5,000원의 월평균 매출을 기록한 컨테이너 운전자들의 총수입은 2006년 8.01% 상승해 866만7,500원 수준까지 이르렀다.

연도별 화물차 운전자 평균 총수입(매출) 및 순수익
그러나 2007년 다시 852만5,000원으로 하락했고 2009년에는 936만2,600수준으로 상승, 안정화에 이르는 듯 했으나 유가불안 및 파업의 영향으로 2009년에는 월평균 수입이 750만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사태가 야기됐다.

다행히 2010년에는 전년 대비 5.39%의 상승폭을 기록한 936만5,000원으로 수입이 늘어났으나 전체 기간 수입 상승률은 운임 상승률과 비슷한 16.1%를 기록했다. 결국 경유가격의 상승분이 운임에 반영되지 못하자 화물차운전자들의 월평균 수입에도 영향을 끼쳐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미친 것이다.

 
경유가격 상승률, 물가상승율(3.08%)의 3배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유가가 많이 오른것인지 운임이 적게 오른 것인지 확인해 볼필요가 있다. 물가의 수준을 확인하는 척도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확인해 보니 경유가격과 운임의 상승률 정도 차이를 보다 간단하게 확인해 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1년 5월까지 월 평균 국내 물가상승률은 3.08%수준이다. 간헐적으로 6%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보이긴 했지만, 유가 상승률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분을 계산해 봐도 역시 20%에 머무른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지수 및 상승률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상승율

2.8%

2.2%

2.5%

4.7%

2.8%

2.9%

3.7%

물가지수

100

102.2

104.8

109.7

112.8

116.1

120.4

수도권-부산 간 40ft일반화물 컨테이너 운임 추이

구분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왕복운임(원)

710,007

737,535

735,332

779,404

782,687

824,650

증감율

-

3.88%

-0.30%

5.99%

0.42%

5.36%


다시 말해, 경유는 2005년 이후 연평균 상승률 9%, 총가격 상승률 61%를 기록하며 소비자물가상승률 보다 3배 이상 올랐지만, 화물운송수입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6.5%만 증가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같은 경유가격의 상승 및 운임의 문제는 휘발유 가격과의 비교는 차치하더라도 무척 고무적이다. 운임의 상승률 자체가 물가의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유가격까지 상승해 화물차운전자들은 비용의 증가와 수익의 하락이라는 두가지 악재를 동시에 겪어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운임 16.5%의 상승이라는 수치는 물가상승률 20%라는 통계 앞에서는 상승이 아니라 하락이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이를 대변하듯 화물차운전자들의 순수익은 경유가격의 수치와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컨테이너 차량의 총수입에서 지출을 뺀 순수익의 경우 2005년에는 월평균 173만원,2006년 198만원, 2007년 184만원, 2008년 150만원, 2009년 193만원, 2010년 255만원의 흐름을 보였다.

주지할만한 것은 화물차운전자들의 순수익이 총수입 증가율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증가하면 순수익도 증가한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화물차운송업에 있어서는 경유가격 증감에 따라 순수익이 영향을 받았다.

2008년 화물차운전자의 총수입은 전년대비9.82% 증가한 936만2,500원이었다. 그러나 순수익은 전년대비 18.48% 하락한 150만원이었다. 반면, 총수익이 19.89%나 하락한 2009년의 경우 순수익은 28.67%상승한 193만원이었다.

2008년 당시의 경유가격이 전년보다 무려 27.11%나 상승했고, 2009년 평균 경유가격이 전년대비 14.32%하락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화물차운전자들의 순수익은 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경유가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2007년 이전에는 50%를 밑돌던 유류비 지출비율이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50%를 넘고 있어 경유가격 상승은 곧바로 비용의 증가 및 수익의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도 유가는 강세 전망,
화물차운전자들 부담은 계속

올해 상반기 역시 경유를 비롯한 석유 제품의 가격이 모두 기록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2010년까지 1,400원~1500원 수준을 유지 하던 경유는 금년 들어 1,800원을 넘어서기까지 해 생계형 운전자들의 한숨을 샀다.

전 세계적인 고유가 추세에 따른 사안이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유류세라도 인하하라는 여론이 형성되자 정부와 청와대까지 나서 각종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고유가 시대를 헤쳐나갈 이렇다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원유의 수급을 전량 수입에 의지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대책은 큰 실효를 나타내기 힘들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선택한 것은 지난 4월 정유사들을 압박해 한시적으로 ℓ당 100원을 공급가에서 인하하도록 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조차도 일선 주유소들과 정유사와의 불협화음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인하는 이뤄내지 못했다.

주시해야 할 것은 하반기에도 이같은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중기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2016년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10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국내에서는 한시적으로 시행중인 ℓ당 100원의 인하가 오는 7월 4일로 종료 됨에 따라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되고 있다.

만약 5~6월들어 잠시 하락세를 보이기도 한 경유의 가격상승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유류비의 지출 비율이 50%를 넘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받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 5년간 경유가격 상승률은 물가상승륭의 3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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