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유럽은 2011년부터… 국내는 선택 사양
승객 안전위해 버스제작 기준 등 재점검 절실

▲ 전복과 화재…대형 버스는 났다 하면 대형 사고를 부른다. 모두 운전자 잘못으로 몰아가는 현실. 차량과 제도에 구조적 허점은 없는지 되짚어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지난해 7월 봉평터널 참사(사망: 4명/부상: 38명), 10월 울산 고속버스 화재사고(사망: 10명 /부상: 7명) 등 대형버스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 졸음운전, 과속과 무리한 끼어들기 등 운전자 과실로 판명됨에 따라 정부와 관계부처는 버스의 사고로 첨단장치 의무화 등 특별법이 제정되고, 휴식시간 의무화 등 많은 제도변화가 있었지만, 대부분 사고 예방에 집중된 모양세로 버스 구조 개선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이에 본지는 관광 및 고속버스 같은 장거리 버스 화재의 원인, 전복 등 현재 운행 중인 대형 버스 구조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박스 형태에 높은 무게중심 가진 버스
2016년 고속버스 사고 유형 중 차체 제어 실패로 인한 충돌 전복 등 유사한 유형의 사고가 빈번했다. 그 중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부고속도로 고속버스 전복사고는 무리하게 끼어든 앞 차량을 피하려다 버스가 중심을 잃고 전복된 사고였다.

국내 대형 버스는 전폭(약 2.5m이하)보다 전고(약 3.3m이상)가 긴 박스 형태의 외관으로 무게중심이 높아 급격한 조작 시, 전복사고 위험성이 승용차 보다 크다.

특히, 고속주행 시 공기 저항이 크고, 커브에서 원심력 등에 의해 차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롤링(rolling)현상에 불리한 구조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로 ‘전자식 차체 제어장치(ESC)’가 있다. ESC는 자동차가 주행 중 급격한 핸들 조작 등으로 노면에서 미끄러지려고 할 때 각 바퀴의 브레이크 압력과 원동기 출력 등을 자동 제어하여 흐트러지는 자동차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장치다. 제조사 별로 ESP, VDC 등 명칭은 다르지만, 기능적인 면은 유사하다.

유럽의 경우는 2011년 새롭게 개발된 상용차에 ESC(차량자세 제어장치)가 적용됐으며, 2014년에는 양산하는 모든 상용차에 적용됐지만, 국내는 2012년 승용차에만 의무 적용됐을 뿐 4.5톤을 초과하는 상용차는 여전히 선택사항에 속해있다.

충돌 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의 위험
작년 10월 발생한 울산 관광버스 화재는 운전자의 과속과 무리한 차선변경으로 발생한 사고로 도로 방호벽에 1차 충격으로 타이어와 연료탱크가 파손됐고, 재차 충돌하면서 발생한 누출 연료에 불이 붙은 것으로 사망자의 사망 원인은 화재에 따른 사망이었다.

사고차량은 47인승 현대차 유니버스 2016년식 모델로, 연료탱크의 위치는 좌·우 앞바퀴 바로 앞 격벽에 배치돼 있다. 즉, 정면충돌로 인해 앞바퀴에 파손될 충격이면, 연료탱크도 손상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장거리 버스 중 현대차 유니버스 그리고 기아차 그랜버드 모두 앞바퀴에 앞에 연료탱크가 위치해 있으며, 반면, 자일대우의 고속형 시리즈의 경우 앞바퀴에 뒤쪽에 연료 탱크가 있다.

제작사 별로 연료탱크 위치가 다른 이유는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 17조 1항 4 자동차의 움직임에 의하여 연료가 새지 아니하는 구조, 연료탱크는 차실과 벽 또는 보호판 등으로 격리되는 구조일 것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의 규정도 이와 비슷하다. 다임러의 Intouro 모델의 경우 앞바퀴 앞쪽에 연료탱크가, 스카니아의 인터링크와 볼보버스의 9700/9900 모델의 경우는 앞바퀴에 뒤쪽에 설치됐다.

앞바퀴 주변에 연료탱크가 설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장거리 버스는 RR 방식으로 엔진이 뒤에 있는 만큼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 다수의 제조사는 조향성 및 화물칸 공간 확보 등을 이유로 좌·우 앞바퀴 공간에 연료 탱크를 배치하고 있다. 덧붙여, 이는 구조적으로 정면충돌로 인한 연료탱크 파손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연료탱크에서 화재 발생 시 출입구가 불길에 막혀 빠른 탈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입문 계폐 방식과 비상문 위치
앞서 말한 울산 관광버스 화재사고는 사고 직후 스윙 도어방식의 출입문이 방호벽에 막혀, 빠른 탈출이 불가능했다.

스윙 도어 방식의 출입문은 회전축이 돌아가면서 문이 밖으로 열리는 출입문으로 외부소음이 적고, 실내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며, 공기 저항을 적게 받기 때문에 버스의 출입문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밖으로 문이 열리기 때문에 외부의 물체에 의해 가로막히면, 개방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아울러 장거리 버스 대부분은 출입문을 제외한 비상문을 계폐가 불가능한 통유리 창문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고 발생으로 출입문이 개폐되지 않는다면, 비상 탈출용 망치로 창문을 깨고 나가야 한다.

물론 이 같은 구조에 법적 기준에는 문제가 없다. 현행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승차 정원 16인 이상 자동차는 차체 좌측면 뒤쪽이나 뒷면에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다만, 총 면적 2㎡ 이상, 최소 너비 50㎝ 이상, 높이 70㎝ 이상의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있는 경우 비상구를 설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예외규정이 있다.

이에 국토부는 비상 탈출 망치와 소화기 등 안전장치 사용법을 알리는 안내 방송을 의무화하고 비상 탈출 망치에 형광 테이프를 붙여 눈에 잘 띄도록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속버스 화재나 전복 시 바로 탈출 가능한 비상 해치 의무화는 버스 설계 등의 이유로 실제 설치 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정부는 올해부터 여객버스업체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하고 오는 6월까지 여객산업 종합정보체계 구축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업체·차량·운전자·보험 등을 포함한 안전정보 의무공시제도가 추진될 예정이다. 또 졸음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전방추돌경고장치(FCWS)’ 등이 순차적으로 고속버스에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 대부분 사고 예방에 관련된 것으로, 정작 비상 상황 발생 시 승객 탈출에 대한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대안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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