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 ‘화물주선·운송사’는 처벌 않고
화물운전자는 생계위협 정도까지 처벌
화물정보망에 과적의뢰 버젓이 존재
화주 의식개선 없인 과적해소 어려워

▲ 사진: 구글캡쳐

지난해 3월 경기교통연수원이 화물차량 운전자 213명을 대상으로 과적의 원인에 대해 의미 있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대상자의 과반수가 넘는 115명은 과적의 원인으로 ‘화주의 강요’를 꼽았다. ‘운전자 자신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응답이 68명에 그친 것에 비해 약 2배가량 높은 수치다.

과적화물차량에 대해 정부는 과태료 이외에 벌점, 면허취소 등 해마다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올해부터 연 1회 이상 과적 이력이 있는 운전자가 또다시 적발될 경우 기존 3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 이외에 벌점 15점과 벌금 5만 원을 추가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도로교통법’과 ‘도로법’에서 규정한 적재중량의 150%를 초과한 고의 과적 3회 이상 위반 화물차 운전자에 대해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2년간 운전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화물차주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적을 강요하는 화주나 운송사가 아닌 상대적 약자에 속하는 차주만 쥐어 잡는 과적 화물차 처벌제도에 대한 항의다.

 

‘을’만 처벌받아서는 무용지물
강화되는 과적 처벌제도에 대한 일선 화물차주들의 공통된 주장은 국내 화물운송시장 환경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우선 국내 화물운송시장에는 지입제라는 독특한 제도가 존재한다. 차주가 직접 차량을 구입하고 법인 명의로 차량을 등록한 뒤 운수회사로부터 일감을 제공 받는 제도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운송화물을 제공하는 화주들의 입김이 작용한다. 적은 운임으로 최대한 많은 짐을 운송해 이윤을 남기려는 의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감을 받는 영세 운송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무리해서라도 과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아무리 과적 단속을 여러 차례 시행하고, 과적 처벌을 강화한다손 치더라도 실질적인 의뢰를 하고 있는 화주에 대한 단속·처벌 규정이 강화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화물차를 모는 최 모 씨는 “운송사업자들이 안전을 위해 과적 화물을 기피해도 화주들이 막무가내로 짐을 싣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런 식으로 운송사업자들과 주선사업자만 처벌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 경찰이 화물차량 과적 단속을 펼치고 있다.
▲ 버젓이 과적의뢰가 등록되어 있는 화물정보망.

화주의 의식개선 동반해야 실효
지입제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는 용달·개별화물운송업자들로써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과적 처벌규정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 용달·개별화물차주들이 자주 애용하는 화물정보망 애플리케이션에는 버젓이 과적의뢰가 등록되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화물정보망 업체에서는 운송화물정보를 적재중량에 맞게 입력해야 등록이 되도록 프로그래밍했지만, 일부 화주들은 통상적으로 입력하는 중량 단위인 ‘톤’ 대신 ‘튼’, ‘돈’ 등의 존재하지도 않는 변형 단위를 입력, 시스템상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과적의뢰를 계속해서 등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는 “과적 운송을 근절하기 위해선 의식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당사자들의 참여가 어우러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화주들이 스스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물차 과적 운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도로 유지·보수비용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고당사자인 화물차주와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비용은 둘째 치더라도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끔찍한 사고를 막기 위해선 관련 업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처벌 대상이 어긋난 과적 처벌제도를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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