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來 18개월 만에 1,300원 돌파
최근 3개월 사이 리터당 100원 상승
치솟는 경유가에도 운임인상은 난망

화물차주 및 운송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경유가에 대한 운송부담을 덜었던 화물운송업계가 최근 들어 경유가격이 눈에 띄게 올라가자 운송원가에 대에 큰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경유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화물 운송운임 또한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강보합세를 유지하던 국내 경유가격(시중 판매 기준)이 지난 12월을 기점으로 지난해 최고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경유 판매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석유수출기구(OPEC) 주요 회원국들의 감산 합의에 이어 비회원국들까지도 감산에 동참하며, 원유 수출 축소 계획이 구체화 됐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올들어 1월 12일 기준 국내 주유소의 리터(ℓ)당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1,300.70원으로 지난 2015년 8월 이후 18개월 만에 1,300원 고지를 넘었다.

전국에서 경유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지역에 국한해서 보면 리터(ℓ)당 경유가격은 1,400원을 넘어섰다.

치솟는 경유가격 만큼 영업용 화물차를 운행하는 차주들의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운임 중 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40~50%로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부 화물차주들은 운임 빼고는 다 오르는 상황에서 기름값마저 오르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실정이다.

기름값 상승엔 취약한 화물운송업계
경유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운송업계는 과거에도 이런 악재를 몇 차례 겪은 바 있다.

국제 석유수급불안으로 경유 파동이 불어 닥친 2008년 당시, 경유 판매가격이 역대 최고치인 1,947.75원까지 치솟아 상용차량 판매가 급감하고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표값 상승을 불러오는 등 운송시장에 여파가 상당했다.

이후 지난 2011년에도 유류세 증가 등을 이유로 경유 판매가격이 치솟은 바 있다. 당시에는 화물차주들이 장거리 운송을 꺼려 화물 운송 차질로 이어진 바 있으며, 등유가 섞인 불량 경유가 대량 유통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상승해온 경유 판매가격이 최근 3개월여 사이 리터(ℓ)당 10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과거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 화물차 차고지에서 만난 한 화물차 기사는 “중형 트럭이 한 달 동안 쓰는 경유가 2,000ℓ 정도인데 불과 석 달 전과 비교해보면 20만 원이 넘게 차이가 난다.”며, “계속 이런 추세라면 운행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전세 관광버스를 운행하는 박 씨도 “겨울철 비수기에 안 그래도 전세버스끼리 경쟁이 심한데 기름값까지 오르고 있어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걱정을 늘어놨다.

운송원가 올라도 운임은 제자리
경유 판매가격이 오르는 만큼 운임도 함께 오르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화물운송업계에서는 기름값이 떨어질 때는 운임이 함께 떨어지지만 반대로 기름값이 오를 때에는 운임이 쉽사리 오르지 않는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실제로, 한 운송회사의 운임료 표에 따르면 40피트 컨테이너 운송 기준 운임이 6만원 오르는 사이 실제 주유하는 기름값은 13만 2,000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률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최근 경유가격이 앞서 설명했던 2008년과 2011년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화물차주들의 벌이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다. 다시 말해 화주들이 운임을 책정할 때 치솟는 경유가격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울산에서 인천으로 올라왔다는 한 화물차주는 “기름값이 떨어지면 화주들은 귀신같이 알고 운임을 낮추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심지어는 유류보조금까지 빼고 운임을 책정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하소연을 늘어놨다. 뚜렷한 대책은 없지만, 경제적인 운전으로나마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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