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여대 공번호판 택배차량으로 전환, 부족분 해결
“시장 재악화 우려”vs“차량부족 현상 해결”시각차

국토부, 택배차량 공급대책 마련
화물차단체, 택배차량 계기‘타차량도 증차가능성’우려

지난 4월 5일 국토해양부는 택배 등 일부 사업용 화물차량의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용달차량을 택배차량으로 전환 할 수 있게 하고 공번호판(T/E:Table of Equipment)을 충당하는 등 택배차량의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달 26일에는‘위.수탁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업무 처리지침’개정안을 마련, 연관 협회에 전달했다. 2004년 이후 영업용 화물차량의 신규 허가를 제한해 온 국토해양부가 급격히 늘어난 물동량을 해결하기 위해 증차제한을 부분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택배운송업계와 현재의 상태를 요구하는 화물차단체간에 증차문제에 대해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고, 화물차단체는 급기야 물리적인 행사까지 벌이면서 정부의 증차방침에 강한 반대를 표시하고 있어 정부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유휴차량, 공T/E를 택배업계로 전환
국토부가 밝힌 사업안에 따르면, 먼저 용달사업자와 택배기사간의 양도.양수 거래를 인정함으로써 유휴 용달차량을 택배차량으로 변경 및 활용 할 수 있게 했다.

택배와 용달사업은 1톤 이하의 차량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현재 운송시장에서 용달차량은 공급과잉, 택배차량은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1톤 이하의 용달차량은 운송물량의 감소로 유휴차량이 존재하는 반면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택배업계의 경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차량의 확보가 어려워 전체 택배 차량의 30%에 달하는 1만 여대가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 차량을 활용하는 실정이다.

이번 국토부의 발표는 이러한 차량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용달차주(양도자)와 자가용 택배기사(양수자)간 사업권매매의 장을 열어 유휴 용달차량을 택배차량으로 변경,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원활한 사업의 추진을 위해 한국교통연구원이 적정 양도.양수가격을 700만원으로 산정했고,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와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사업권 거래 신청자를 모집하는 등 대규모 거래의 장을마련키로 했다.

더불어 국토부는 택배기사가 사업자 전환 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소금융과 손잡고 연리 2%, 5년이내 상환을 조건으로 차량구입비를 융자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게다가 운수업계의 공번호판(T/E)을 택배업계에 공급되도록 했다.

2004년‘화물차운수사업법’개정 이후, 지입 화물차를 운행하던 차주가 신규 운송사업 허가를 취득하게 되면, 운송사는 신규 영업용차량이 충당되기 전까지 공T/E를 소유하게 된다. 현재 7,000여개의 공T/E가 존재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이러한 화물업계의 공T/E를 차량이 부족한 택배업계로 돌려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국토부가 마련한‘위.수탁 화물차에 대한 운송사업 허가업무 처리지침’에 따르면, 운수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12톤 미만의 공T/E는 전량 1.5톤 미만의 일반형 또는 밴형 화물차로 전환해 택배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12톤 이상 또는 특수자동차용 공T/E는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1.5톤미만의 택배차량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올해에는 12톤 이상의 차량에 한해 공T/E의 60%까지만 대차 전환이 허용된다. 나머지 분량은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이번 정책은 화물운송시장을 안정시키고, 영세 자가용 택배기사가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데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하는 자가용 택배기사의 지위 개선과 택배 등 부족 화물차 공급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택배차량 증차, 허가제 변경의 시초?
이번 국토부의 증차 결정은 택배용 차량에 한한다는 제약이 붙어있기는 해도 지난 7년간 유지해 왔던 화물차운수법 허가제의 유효기간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12월 국토부가‘2011년 영업용 화물차의 신규허가 동결’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화물차 수급상태가 이미 균형점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올해 화물차 수급에 있어서는 전체 영업용화물차 38만7,000대 중 1.6%인 6,000대 가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국토부가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화물차 증차를 시행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또 다른 쪽에서는“어떠한 방식으로든 신규차량 동결 방침이 변경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차량의 절대량 부족을 호소하는 택배업계의 지속적인 요구와 과도한 차량의 유입을 우려하는 화물차운전자 단체의 강력한 반대 등 시장상황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국토부는‘허가제의 완화와 영업용화물차 증차’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이다.


쓰디 쓴 수급불균형의 경험
화물운송시장은 1999년 7월 화물운송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 된 이후 영업용화물차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심각한 폐해를 경험한 바 있다.

1999년 당시 21만6,000대 수준이던 국내 영업용화물차의 숫자는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화물차운수사업을 할 수 있는 등록제를 도입함으로써 2003년에는 31만4,000대로 급증했다. 행정절차의 간편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제도였으나 영업용화물차의 무분별한 증가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구체적으로, 한정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됐으며, △ 덤핑 수준의 운송료 책정 △ 불법 다단계 거래의 확산 △ 지입제도의 만연 △ 무리한 운행의 강요 등 화물차운전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현상이 증가했다.

더불어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물동량은 상대적으로 감소했으며, 유가는 올라 화물운송업계 및 화물차주는 극심한 경영난을 경험하기도 했다.

당시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영업용화물차의 물동량은 1997년 4억9,900만톤에서 2002년 5억8,500만톤으로 약 17.2%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화물차가 기록한 71.6%의 증가율과 비교하면 거의 제자리 걸음수준이었다.

이같은 여건들은 화물운송업계에‘이대로라면 시장 자체가 황폐화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불러왔으며, 결국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던 2003년, 화물차운전자들의 모임인 화물연대는‘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단운송거부를 실시하기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2004년 화물운송법을 개정해 이미 등록한 화물차는 그 수를 유지하되 신규 차량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허가제를 도입했다.

당시 도입된 허가제는 2006년, 2008년, 2010년에 이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운임의 현실화, 근로조건의 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점의 해결은 미흡해도 영업용화물차의 수급불균형 현상 해소에는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7년 허가제의 완화, 이해당사자간 입장차 뚜렷
올해로 도입 7년째를 맞이하는 화물차운송 허가제는 영업용화물차 수급 불균형 현상을 해소했다는 평가와 함께 강제적인 조치의 여파로 불만사안 역시 증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택배업계에서 제기한 차량부족 현상이다. 허가제를 도입한 2004년 당시 연간 5억개 수준이던 택배물량은 홈쇼핑 및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2010년 13억개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집·배송을 담당해야 하는 영업용화물차의 수량은 2004년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심각한 차량부족 문제가 야기됐다.


택배물량이 증가한 만큼 이를 소화하는 택배차량 역시 늘어나야 하는데, 정부가 전체 영업용화물차의 신규허가 제한으로 차량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 영업용화물차를 구입하려 해도 차량가격 이외에 1,000만~3,000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택배업계는 이번 국토부의 대폐차 전환 대책에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전국적으로 최소한 8,000~1만대의 택배차량이 부족한 실정에서 국토부의 조치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본다”고 전했다. 반면, 화물연대 등 화물차운전자 단체에서는 이번 조치가 자칫 증차로 연결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03년까지 시행했던 등록제가 무분별한 차량의 증가를 불러 시장의 불안을 조성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섣부른 결정은 화물차운전자들의 생계를 다시금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공식 성명을 통해 ‘국토부의 공T/E를 활용한 정책은 그 자체로 증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는“공T/E는 실존하는 번호판이 아닌 차량이 없는 운송사의 신규 번호판 부여의 우선권 목록일 뿐”이라며,“ 이러한 공T/E를 활용한 증차는 곧바로 공급과잉 상태를 유발시켜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을 2003년 이전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토부의 증차조치는 탈법적이라며 소송을 제기 했다.

차량 부족분야에 선별적 공급 필요
신규 차량의 시장 진출을 제한하는 허가제의 시행으로 국토부는 현재 운송시장 영업용차량의 공급과잉 현상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총량 외에 세부적인 분야의 균형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국토부의 대책은 차량이 부족한 택배분야에 한해 선별적으로 영업용화물차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택배업계 스스로도 이번 정책과 지침이 자신들의 입장을 상당부분 배려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상당수의 자가용 택배차량이 합법화될 수 있는데다 유가보조금과 세금, 보험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물연대에서 제기하는 불안요소도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다. 택배차량에 한한다지만, 자칫 타차종에까지 무분별한 증차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택배업계의 부족한 차량분을 충족시키기 위한다지만 자칫 영업용화물차 전반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또다시 수급불균형 사태를 야기, 업계의 존폐여부가 불안할 지경에까지 이를 가능성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화물차운전자들의 생계를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고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들었던 공급과잉의 문제를 다시금 야기하지 않기 위해 정부의 보다 신중한접근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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