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1.9%에서 최고 6.8% 가격 올려
유로5와 제원 거의 동일…선택사양 다양화
영세 운송업자, 특장차업체 등 부담 가중

상용차 중 최후로 남겨졌던 1톤 소형 트럭 유로(Euro) 6 배기가스 규제가 지난 9월 1일부로 발효됐다. 동시에, 현대자동차의 ‘포터Ⅱ’(이하 포터)와 기아자동차의 ‘봉고Ⅲ’(이하 봉고)의 유로6 모델이 출시되면서 가격 인상이 이루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유로6 규제를 충족하는 엔진을 개발하기 위한 비용을 차량 가격에 포함시켜 차량 가격을 인상했다고는 하지만 1톤 트럭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영세 운송업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터 평균 82만 원, 2.3%~6.8%
유로6 현대차 포터의 경우 옵션을 세분화하여, 가격 인상 충격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 점이 눈에 띈다. 슈퍼와 하이슈퍼, 골드로 선택할 수 있었던 유로5 옵션 사양이 스타일과 스마트, 모던과 프리미엄의 4개 옵션으로 늘어났다.

기존 모델에서 옵션 사양을 추가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했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가격 인상 내용을 보면, 우선 일반적인 2WD 모델의 경우 초장축 기준 최저옵션과 최고옵션 가격이 각각 90만 원과 110만~116만 원 인상됐다. 4WD(4륜구동) 모델의 경우 최저옵션은 75만~77만 원, 최고옵션은 110만~150만 원 인상됐다. 특히, CRDi 4WD 더블캡 장축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 1톤 트럭으로서는 최초로 2,000만 원의 가격 고지를 넘어섰다. 인상률로는 최하 2.3%에서 6.8%로 나타났다.

봉고 평균 65만 원, 1.9%~5.9%
기아차 봉고는 현대차와는 달리 따로 옵션 사양을 변경하지 않아, 가격 인상폭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반적인 2WD 유로6 모델은 동급의 유로5 모델 대비 최저 40만 원에서 최고 98만 원까지 인상됐다. 4WD 모델은 최저 39만 원, 최고 98만 원 인상됐다. LPi 모델의 경우 일제히 30만 원이 올랐으며, 1.2톤급 모델의 경우 최저 70만 원, 최고 100만 원이 올랐다. 특히, 1.2톤 초장축 노블레스급 모델 모두 포터와 마찬가지로 2,000만 원을 넘어섰다.

가격 인상 위해 옵션 다양화?
그렇다면 현대·기아차의 소형 트럭은 왜 유로6 마이티(준중형)나 메가트럭(중형)의 사례와 달리 가격을 일제히 올리지 않고 옵션별 차이를 둔 것인가.

사실상 포터와 봉고의 파워트레인 부분은 기존과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최대 성능을 발현하는 rpm 구간만 달라졌을 뿐, 최대 토크와 최대 마력은 유로5 모델과 동일하다. 메가트럭과 중대형 버스 등 현대차의 다른 유로6 모델의 출시 당시 엔진성능이 조금씩 향상된 점을 비춰 봤을 때 의외다. 특히, 새로운 엔진이 개발됐음에도, 기존보다 오히려 연비가 0.3~0.4km/ℓ 떨어진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과 안전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흘러나온다. 2017형 유로6 포터 모델의 경우 2WD 모델 기준 옵션 사양이었던 운전석 에어백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됐다. 운행 관련 트립 컴퓨터와 계기판, 전자식 매뉴얼 에어컨도 기본으로 장착해 유로5 모델과 고객 선호 편의 및 안전사양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2017형 유로6 봉고 모델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편의를 위한다지만, 생계를 위해 트럭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필요 없는 옵션사양이 기본품목으로 들어가면서 가격도 그만큼 늘어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청도 휴게소에서 만난 한 포터 차주는 “엔진만 교체했다고 100만 원 올리면 소비자들로부터 욕먹을 게 뻔하니, 불필요한 옵션을 넣었다 뺐다 눈속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당분간 판매 감소는 불가피
지난 8월부터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미 7월부터 유로5 포터 모델이 판매가 완료돼, 8월 말까지 주문했다 하더라도 인도금으로 기존보다 100만 원가량 더 오른 금액을 지불해 유로6 모델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는 소식들이 잇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9월부터 유로6가 발효된다는 소식에 발 빠른 소비자들은 서둘러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유로5 모델을 미리 구입했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 포터와 봉고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특히 포터의 경우 지난 3월에 마의 월 1만 대 판매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지만, 꾸준한 상승세에도 7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17.2%나 감소했다. 8월 판매량 역시 더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로6 포터와 봉고 차량 가격이 현실화된 이상, 타 유로6 모델 차량 출시 초기와 마찬가지로 인상된 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아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연간 10만 대로, 상용차 중 최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1톤 트럭의 가격 인상은 영세 화물차주들은 물론, 소형 트럭을 기본 바디로 다양한 특장차를 생산하고 있는 특장 업체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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