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주가 甲이면, 대기업 운송사는 甲 중의 甲”
“정부, 대형 운송사 D통운마저 하청업체로 분류”
“출구 없는 운송시장…영세업자 ‘슈퍼 乙’로 전락”

▲ 울산 화물차운송사업협회의 김병만 팀장(가운데), 서만일 부장(왼쪽), 그리고 화물차운송주선사업협회의 이상걸 상무 등 3명이 본사를 찾아와 화물차 허가제 등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강도 있게 지적하고 있다.

 

“국토부는 대형 운송업체 D통운마저 하청업체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고,

유가보조금 혜택 99%, 운임 낮추려는 화주에게 돌아가 별로 소득 없는 제도”

“대기업 위주 출구 없는 운송시장에 정부-영세운송업자들 관심이 절실”

 

정부는 2013년, 화물운송실적 신고제, 최소운송의무제, 직접운송 의무비율제 등 화물운송시장을 선진화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발표, 시행에 들어갔다. 화물운송의 하청 및 재하청 등 다단계 거래가 만연하고 지입제 위주의 시장 구조 하에서 부실운송업체의 증가 등 화물운송시장의 후진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였다. 하지만 화물운송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뿌리 깊게 관습화되어진 화물운송비용 전가나 화물과적 유도와 같은 운임 관련 생계형 악·폐습을 근절시키기 위한 해결책으로 전혀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며칠 전 울산광역시 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화물운수사업 제도개선TF팀(이하 TF팀) 김병만 팀장(이하 김 팀장)과 울산광역시 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의 서만일 부장(이하 서 부장), 울산광역시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협회의 이상걸 상무(이하 이 상무) 3명이 서울 능동로 소재 본지 사무실을 직접 찾아왔다. 모두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재의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들추어 냈다. 상용차 전문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널리 알리고, 일부는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울산에서 직접 찾아왔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들어봤다. 참고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이 기사 내용에 대해, 반박이나 다른 입장을 개진하고자 할 경우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 총체적 난국, 화물차 운송시장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왜 업계 종사자들은 시장을 그리 낙관적으로 보지 않을까.

국내 화물차 운송업은 90년대 후반 이전까지 운송업의 기업화와 직영화에 초점을 맞춘 면허제였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들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여론의 반발로, 운송 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업종 단순화를 꾀한 등록제로 법이 개정됐다.

그러던 것이 2004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허가제로 변경되며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규제가 강화됐다. 시장은 180도 바뀌었다. 다양한 규모의 운송품목을 지닌 화주는 복잡한 운송거래를 발생시켰다. 이는 전 세계에서도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입제도’라는 고유한 운송 특성을 낳았다.

이에 파생돼 절대다수의 영세운수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며, 다단계 운송거래 역시 관습화됐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은 운송시장 거래구조도 이러한 환경 구성에 한몫했다.

김 팀장은 이러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현재 화물운송시장에 ▲번호판 프리미엄 ▲차종 수요에 따른 공급 요구 미충족 ▲업태 간 갈등 ▲시장물량 변화에 미치지 못하는 대응력 ▲적정공급량 측정 애로 ▲인위적 수급조절 지속 시 궁극적 운송시장 발전 저해 등의 고착화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특히, 해외 직구 등 전자상거래 발전에 따른 집배송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허가제라는 명목 하에 차량의 증차가 어려워 시장의 발전 동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울산 화물차운송사업협회 김병만 팀장.

◆ ‘슈퍼 乙’로 전락한 영세운송 사업자
TF팀이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총 50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는 국내운송업체 가운데 관련 업계 종사자의 94%가 영세업자다.

김 팀장은 “법의 개입이 적었을 때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순환해왔다.”면서, “허가제 도입과 선진화라는 명목 하에 이뤄진 법 개정이 책임을 져야 할 사람과 의무를 이행해야 할 구성원들의 경계를 무너뜨렸다.”고 토로했다.

몇몇 대형운송사 입김에 결과적으로 영세한 업체들 혹은 차주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물동량의 약 60%가 대형운송사들이 확보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약 1만 5,000여 개에 달하는 중소 운송업체들이 나눠 먹고 있단다.

과거에는 대형화주들과도 종종 계약을 이뤘던 중소 운송업체들이 이제는 할 수 없이 대형운송사로부터 재위탁을 받아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시스템으로 고착화됐다. 어느덧 슈퍼 乙이 된 영세 사업자들의 환경은 열악해져만 가고 있다.

서 부장은 이러한 작금의 상황을 대변해 이렇게 말했다. “화주가 기존의 甲이었다면, 대형운송사는 그 위에 군림하는 甲 중의 甲이다.”

◆ ‘일부에게만’ 넘치는 운송물량
“옥상에서 돈다발을 뿌리면 많은 사람들이 주워갈 수 있다. 하지만 돈다발을 묶어서 던지면 한 사람만 주워가지 않겠나.” 이 상무도 대형운송사에 몰려있는 운송물량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운송 선진화법의 일환으로 ‘위탁관리책임제’가 도입된 바 있다. 법적으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금지하고 있었던 화물의 재위탁이 이 제도하에서 제한적으로 가능해졌다.

운송사업자가 주선면허를 보유치 않아도 직영 운송역량을 초과하는 화물에 대해 타 운송업체를 이용,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타 운송사업자의 운송능력을 확인해야 하며 운송결과를 송부하고 관리해야 한다. 모든 권한은 ‘위탁한 자’, 즉, 물동량을 보유한 업체에게 있다.”

일상적이면서, 매우 관심 가질만한 사안이었다. 운송사업자가 위탁화물 관리를 근거로 주선사업자의 고유영역 중 하나인 재위탁을 운송사업자에게 허용함으로써 주선과 운송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잉여화물’ 처리시장에 큰 변혁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규모가 큰 대기업이 만든 물류 자회사는 자연스럽게 자사의 물동량을 모두 흡수할 수 있게 됐다. 굳이 중소업체에 물동량을 넘기지 않더라도, 재위탁을 해 이익을 볼 수 있게 된 것. 그 결과, G사와 같은 괴물 운송업체가 생겨났단다. 이런 기조 하에 국토부는 대형 운송업체 D통운마저 하청업체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 울산 화물차운송주선사업협회 이상걸 상무.

◆ 등록제로의 회귀, 현실성에 큰 의문
TF팀은 기자에게 도리어 ‘등록제로의 회귀가 가능한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러 간담회를 거쳐 온 그들로서도 무엇이 더 나은 해답인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주장은 업계의 주 당사자 간의 생존권을 거론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문제로 여겨졌다.

사실상 현 상황에서 등록제를 찬성하는 사람은 다량의 물동량을 확보해 차량이 부족한 사업자거나 직영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건실한 업체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가 채 안 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운송업체의 대형화가 진행된 이래로 운송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대부분의 영세업체들이 완전 지입형태를 띄게 됐다.”며, “이러한 형태가 현 상황으로서는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등록제를 거론한다는 자체가 이들의 반발심을 키울 뿐이며, 사지로 내모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허용된 시스템하에서 장기간 축적해온 재산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허가제와 차량 수급 조절제를 동시에 시행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허가기준이 비교적 낮은 데 비해 차량 공급의 상시조절제가 시행 중이며, 운임이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완전 자유화인 특수한 시장 환경이라는 것이다.

◆ 뿌리깊은 나무, 지입제도와 다단계
허가제와 운송물량의 이슈로 부각된 지입제도. 중요한 것은 2011년 법 개정으로 현재의 지입제도를 법 테두리 내 편입해 일부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화물차 운수사업법’ 제40조 제1항. 현물출자 명시)

문제는 단순히 운송 사업의 한 솔루션으로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닌, 장기간 고착화된 형태라는 것이다. 분명 병폐의 시초긴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애초에 완전한 지입회사란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운송업체들이 자사가 직영으로 해결 가능한 물량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으면서, 부족하거나 남는 물량에 한해 지입제도를 활용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물량이 쏠리다 보니, 확신할 수 없는 업무량에 직영화는 어불성설이 되었고, 차량만 남다 보니 지입제도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지금은 연이 닿지 않으면 물량을 딸 수가 없다.”며, “최소운송의무제 강화나 할당제 등으로 법이 갑자기 바뀌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법 개정 자체가 물량이 없는 회사를 상대로 물량을 따내어 운송하라고 하는 상황도 앞뒤가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약 회사에 차량이 10대밖에 없더라도 물량 계약을 100대 따내게 되면, 모자란 90대분에 한해 지입제도를 활용하게 된다. 여기서 운송시장에서의 다단계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2~3단계는 이미 보편화 돼버린다.

서 부장은 “일차원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영업용 화물차가 총 38만여 대에 달하는데, 대기업을 제외하고 1만 5,000여 개 업체가 이를 나누면 차량이 아무리 많아 봐야 15대 내외다.

현재는 다단계를 하지 않으면 사업체를 꾸릴 수가 없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고자 실적신고가 생겼지만,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 피해는 피라미드 말단인 차주들에게
서 부장은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차주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 왔다는 점이다.”라고 아쉬워했다. 규모는 차치하고서라도 업체들과 정부의 힘겨루기의 피해가 고스란히 피라미드의 말단인 차주들에 향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에는 운전을 하면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에서는 과적의 원인을 운송사업자나 주선사업자에게 있다고 보고, 이 사람들을 처벌하면 과적을 하는 근본적인 부분이 없어질 거라고 오판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보는 입장은 운송사업자가 계약한 화주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러한 의견에 국토부의 입장은 화물차운수사업법에 화주를 처벌하는 규정을 넣는 것은 법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에는 넣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해봐야 경미한 벌금 정도란다.

김 팀장은 “화주가 최소한으로 만드는 운임 체계가 과적 등 차주들을 사지로 내모는 주된 원인”이라며, “예전에는 과적을 하는 이유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였다면, 지금은 먹고살기 위한 현실적인 문제다.”라며 기본적인 운임의 문제를 지적했다.

유가보조금 역시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차량의 경우 월 120만 원 정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상은 이러한 금전적인 혜택의 99%가 화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화주들 스스로 운임 단가를 낮추기에 유가보조금을 감안하기 때문이다.

또한, 운임 관련 서 부장은 “유가보조금을 ‘왜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며, “차주들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인데 실제로는 화주와 운송업체가 혜택을 보고 있으니 결론적으로 국고유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가보조금으로 인해 운송료가 낮아지므로 결과적으로 차주가 얻는 혜택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는 “차라리 1년에 1,5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모아 차주들을 위한 다른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밝혔다.

▲ 울산 화물차운송사업협회 서만일 부장.

◆ 반복으로 언급되는 문제들. 해답은 없더라
김 팀장은 끝으로 “관련 이슈들에 대한 대책방지 마련 등 검토 대책 토의를 화물연대 문제가 터져 나오기 이전부터 시작해 10년 동안 되풀이해오고 있다.”며, “대책만 주장하고 서로 양보하지 않은 채 요구만 하니까, 대형 법무팀 등을 활용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대규모 사업장부터 차례대로 이득을 보며 규제에서 빠져나가는 형국”이라고 끝이 없는 싸움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신규 진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업계 종사자 평균 연령 55세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 10년 이내 일본의 상황(상용차매거진 5월호, 日 운송업계 화물차 운전자 부족에 ‘몸살’ 기사 참조)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다만 그 전에 시장을 안정화하지 않는다면, 되돌아오는 것은 운송시장 충격이라고 경고했다.

등록제가 허가제로 변경된 지 딱 12년. 모든 사회적 이해관계 속 구성원들이 모두 이익만을 좇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이익이 너무 한 쪽으로만 편중 돼서도 안 되는 노릇이다. 업계 종사자들과 당국의 깊은 관심과 절충안을 도출하기 위한 양보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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