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피해자는 신규 화물차주
최대 수혜자는 번호판 다량 보유 운송업체

 
▲ 10년 넘게 뿌리깊이 자리잡은 화물운송 허가제. 이제는 수요공급이 어긋나면서 '번호판 프리미엄'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트럭 터미널의 화물차들 모습

지난 2004년 4월 새 화물차운수사업법(이하 화운법)이 도입된 후 10여 년 넘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화물운송 허가제. 수요·공급이 어긋나면서 발생한 프리미엄과 이를 이용한 ‘번호판 장사’ 등 많은 부작용이 야기돼왔다. 일각에서는 허가제에 대해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관련 업계 종사자, 즉 화물차 운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에 본지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피부로 직접 느끼는 ‘허가제의 실효성’, 그리고 ‘프리미엄(웃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서울과 경기 그리고 대전 지역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물류터미널, 화물차휴게소 등지에서 3개월 간 진행됐으며 현직에 있는 화물차 운전자 총 304명이 설문에 응했다.

■ 어떤 화물차 운전자들을 만났나?
 
설문에 참여한 화물차 운전자 304명 중 가장 높은 비율(264명, 87%)로, 운전 차종은 카고트럭이었다. 이 가운데 중형(4.5~7톤)과 대형(8~25.5톤) 카고 운전자가 전체 응답자의 65%(172명)를 차지, 과반을 훨씬 웃돌았다. 구체적으로 소형 카고(0.5~1톤) 운전자는 60명(19%), 준중형 카고(2~3.5톤) 32명(10%), 중형 카고(4.5톤~7톤) 94명(31%), 대형 카고(8톤~25.5톤) 78명(26%)이 응답했다. 카고 외 트랙터는 36명, 덤프트럭 4명이 포함됐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운전자는 모두 영업용 번호판을 장착했으며, 용달·개별 번호판과 법인 번호판을 소유한 운전자는 각각 143명(47%)과 161명(53%)으로 나뉘었다.

톤급으로 분류하면, 용달 및 개별 번호판을 소유한 개인 사업자의 경우 주력 차종은 소형 카고(50명)와 중형 카고(62명)로 나타난 반면, 법인 번호판을 소유한 직영·지입 운전자의 주력 차종은 준중형 카고(19명)와 대형 카고(69명)로 집계됐다.

▲ 화물차 운전자 한 분이 설문에 응하고 있다

 
물동량도 부족한데 신규 증차까지?
화운법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된 이후, 택배 차량에 한해 일부 증차가 이뤄진 바 있을 뿐, 영업용 화물차 신규 허가는 동결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와 관련, <향후 신규 증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운전자들에게 던졌다. ‘지금보다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라고 답한 운전자가 전체 응답자의 41%인 126명(개별 84명, 법인 4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30%인 90명(개별 57명, 법인 3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결과적으로, 응답자 열명 중 일곱 명 꼴(71%/216명)로 현재의 허가제를 선호했으며, 증차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이에 반해,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증차가 필요하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59명으로 19%에 불과했다. 이는 기존 영업용 화물차들로서는 어느 형태의 ‘증차’든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래서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다시 변경해야 한다’라고 답한 비율(3%)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운전자들은 운임과 번호판 프리미엄의 하락 등을 예상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규 증차에 대해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특히, 법인 번호판보다 개별 번호판을 소유하고 있는 운전자에게서 반대 입장이 더욱 두드러졌으며, 공통적으로 현재 물류시장에서의 물동량 부족 현상을 함께 지적했다.

■ 프리미엄 변동 폭 실제로는 관심 밖


운전자들의 기득권을 인정한 현행 허가제는 기존 영업용 번호판에 대한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프리미엄의 지속적인 강세는 시장경제 논리상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다면 번호판을 소유하고 있는 운전자들은 현 번호판 프리미엄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을까.

<영업용 번호판 프리미엄에 대해 얼마나 관심 있는가?>라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중 ‘영업용 번호판 가격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운전자’는 총 280명으로 절대 다수인 전체의 92%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가 번호판 프리미엄에 대해 무관심했다. 대략적인 번호판 가격은 알고 있지만, 프리미엄 등락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의견을 나타낸 응답자는 193명으로 63%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프리미엄 가격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7명(개별 55명, 법인 32명)으로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설문 결과 영업용 번호판 프리미엄에 대해 대다수 화물차 운전자들은 권리금 또는 퇴직금 형태로 여기고 있었으며,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프리미엄에 대해 크게 비중을 두지 않고, 시장 상황에 순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프리미엄 분명 문제 있지만…아직은
영업용 번호판은 화물차 시장 보호를 위해 등장했지만, ‘시세’에 따라 움직이는 프리미엄과 이를 이용한 횡포 등 후속 부작용은 꾸준히 거론돼왔다. 혼탁한 화물운송시장의 중심에는 언제나 번호판과 관련된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운전자들의 생각은 이러한 외부의 시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영업용 번호판 프리미엄, 문제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많은 문제가 있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24명(개별 49명, 법인 75명)으로 41%,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가 56명으로 18%를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 이상인 180명(59%)을 차지했다.

이와는 반대로, ‘프리미엄은 당연한 거래 과정’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115명(개별 81명, 법인 34명)으로 전체의 38%에 달했다. 어느덧 시장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프리미엄에 대해 상당 부분 수긍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적으로 개별 번호판을 소유한 운전자의 경우 프리미엄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법인 번호판을 운용하고 있는 운전자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개별 번호판을 소유한 운전자의 경우 프리미엄이 상승할수록 자신의 자산이 상승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여기고 있는데 반해, 법인 번호판의 경우는 프리미엄이 상승할수록 지입료와 관리비 등 부대비용 상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리미엄, 누가 부추기나?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영업용 번호판의 시세를 살펴보면, 용달은 2,400~2,500만 원, 개별은 3,000~3,200만 원에 달한다. 법인의 경우, 8톤 이하 카고는 3,200~3,400만 원, 11톤의 경우는 3,500~3,600만 원, 25톤은 3,800~4,000만 원 선이다. ‘번호판이 차 값보다 비싸다’라는 말이 수치로써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운전자들에게 <영업용 번호판 가격의 주요 상승 원인>에 대해 물어보았다.

‘경기 악화, 화물운송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신규 진출자가 크게 증가’로 라고 답한 응답자가 142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6%를 나타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화물운송 애플리케이션의 확산으로 운송시장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졌고, 이에 따라 신규진출자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일부 운송업체와 매매센터의 번호판 장사’가 한몫했다는 의견이 92명으로 30%에 달했다. 현재 법인 번호판의 경우, 운수회사만이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신청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현행법을 악용, 번호판 권리금 장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정부와 관계기관의 정책이 번호판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65명으로 21%에 그쳤으며, ‘번호판이 과소 공급되고 있다’고 말한 응답자는 8명(2%)으로 극히 미미했다. 

 
■ 누구를 위한 프리미엄인가?
수요 및 공급의 불균형이 어느 차종에 비해 심한 택배차량 등의 부분적인 증차를 제외하고, 자그마치 13년 동안 영업용 화물차는 그 수가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이에 운전자들에게 <프리미엄의 최대 피해자와 수혜자는 누구인가>에 대해 물어보았다.

먼저 전체 응답자 중 137명(45%)은 최대 피해자로 물류시장에 들어오려는 ‘신규 화물차주’를 꼽았다. 높아진 번호판 가격만큼 신규 화물차주들이 시장에 들어오기 힘들어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허가제의 순기능으로 이들을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와 함께 ‘번호판을 임차하고 있는 지입차주’를 전체 응답자의 84명(31%)이 선택하며 뒤를 이었다. 법인 번호판의 경우, 차량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번호판 임대료와 함께 매달 일정 비용을 관리비로 지불해야 한다. 프리미엄 상승은 이들에게 부담스럽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대로 운전자들이 생각하는 번호판 프리미엄 상승의 최대 수혜자는 누 구일까. 응답자의 상당수인 189명(62%)이 법인 번호판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운송업체를 지목했다. 2위로는 91명(30%)이 선택한 영업용 번호판 매매센터, 그다음은 번호판을 가진 화물차주(20명, 6%)가 수혜자로 꼽혔다.

운전자 꼽은 영업용 번호판 해결책은?
매년 ‘화물차 운수사업 공급기준’을 토대로 억제해 왔던 영업용 화물차 신규 증차 문제에 대한 그간 정부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운전자들에게 <영업용 번호판에 대한 해결방안>에 관해 묻자, 많은 운전자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영업용 번호판에 대한 해결방안이 있다면?>이란 질문에 ‘지금처럼 시장 경제원리에 맡겨야 한다’라는 의견이 182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과반을 훌쩍 상회했다. 운전자들은 근본적으로 허가제 기조 하에서 현행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한목소리를 낸 셈이다.

다만, 해결책으로 제시된 ‘일부 업종에 대한 증차’는 58명(19%)으로 비교적 완만한 해결책으로 도출됐다.

이밖에 다른 해법으로 ‘영업용 번호판 가격 정찰제 도입’과 ‘대대적인 증차’에는 각각 37명(12%)과 17명(6%)이 응답해, 별다른 비중을 얻지 못했다. ‘허가제 폐지’는 불과 10명(3%)에 그쳤다. 이는 허가제에 따른 폐단에도 불구하고 운전자 들은 허가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반해 허가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한 한 운전자는 “현재 운임 단가만 살펴보더라도, 현 화운법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생긴다.”며, “중·소형 차량은 생계형 차량이 많아서 법인 번호판을 사용할 경우 추가비용이 매달 발생해, 차주들의 발목을 잡는 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차주를 위한 정책, 피부로 와 닿을까?
현재 화물운송시장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화물차주는 지입 형태로 운수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화물운송시장 내 다단계 구조 개선을 위해 운송업체가 계약한 화물의 일정비율 이상을 자사소속의 차량으로 직업 운송하도록 의무화하는 ‘직업운송의무제’를 도입했다. 또한, 지입전문회사의 운송기능 회복을 위해 연간 시장평균 운송매출액의 20% 이상을 운송하도록 의무화하는 ‘최소운송의무제’도 시행하고 나섰다.

위·수탁 운수종사자들의 권리신장을 위해 발효된 제도. 실 화물차주들은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이 질문지에 응답한 운전자는 총 82명으로 ‘매우 효과적이다’와 ‘비교적 효과적이다’라는 의견이 각각 3명(4%)과 13명(16%)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효과가 없다’고 응답한 운전자는 21명(26%)이었으며, ‘매우 효과가 없다’고 답한 차주는 32명(39%)로 나타났다. 이 제도의 실효성이 화물차주들에게는 아직 체감할 정도로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잘 모르겠다’라고 답한 인원 역시 13명(16%)으로 적지 않았다. 제도의 올바른 확산이 촉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운전자는 “지입제도 하에서 대다수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송업을 하고 있는 데, 운수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단가가 맞지 않아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을 맡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어느덧 위·수탁 차주 보호를 위한 직접운송의무제와 최소운송의무제 등의 법시행이 발효된 지 약 1년하고 6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 제도를 효과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인원은 많지 않아 보였다.

 
쿠팡의 무료 로켓배송은 위법이다?
쿠팡은 2014년 3월부터 9,800원 이상의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 한해 자가용 화물차를 이용,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무료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용 화물차에 대한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설문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6%(169명)가 제품 구매비용 내에 배송비가 포함돼 있으므로,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반면, 33%(101명)의 응답자들은 ‘무료배송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직·간접적으로 택배업계뿐만 아니라 화물차 업계에도 큰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현 화운법이 가진 유상운송의 정의(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하여 화물자동차를 사용해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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