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차원 영업용 번호판 규제, 잇단 완화 시사
정부 언급에 신규·기존 운수종사자 모두 혼선

 

▲ 화물운송사업 허가제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영업용 번호판 프리미엄 사승세가 올들어 주춤하고 있다

10년 이상 지속돼 왔던 화물운송사업 허가제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올 연말 현 허가제와 함께 업종체계, 지입제 등 화물운송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제도들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중장기로드맵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반영하듯 영업용 번호판 프리미엄(웃돈) 상승세도 올해 들어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8일 청와대에서 서비스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에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많다.”고 언급하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또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진입 제한으로 물류 서비스가 원활하게 확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며, “영업용 화물차에 대한 허가제 때문에 최근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는 택배차량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니 이 규제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는 지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매년 ‘화물차 운수사업 공급기준’에 따라 증차 제한을 고수하던 정부 입장이 올해 들어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장기 로드맵과 관련해 물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관계부처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변화가 예고된 영업용 번호판에 대해 허가제와 등록제 등 다양한 각도에서 예상해 봤다.

허가제 폐지 가능성, 일단은 ‘글쎄’
현재 영업용 화물차 38만 대 중 카고형이 24만 대로 허가제가 시행된 2004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허가제는 물류수요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번호판 가격은 매달 상승한다며 허가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신규 운수종사자들이 대거 시장 진출함으로써 지난해 유로6 기조로 침체된 상용차 내수(2톤 이상 기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물류업계에서는 물동량 대응의 문제가 아닌 경기침체 장기화 기조로 구직자들이 화물차 시장에 대거 몰리며, 번호판 가격이 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물류시장 구조상 허가제 폐지 같은 극단적인 처방은 운임비 하락, 번호판 실추 등 기존의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처사로 많은 반발이 예상된 가운데 등록제 도입여부의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허가제 하의 제도적 보완 가능성
현행 허가제에 제도적 보완하는 방식으로 일부 업종에 한해 증차를 거쳐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되, 새롭게 증차하는 번호판에 대해서는 양도 양수를 금지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다만 새 기존 영업용 번호판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대신 점차 그 수를 축소해 기존 운수종사자 및 관련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하는 방안으로 비교적 완만한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이와 엇갈린 의견도 있다. 일부 증차를 통한 해결책은 운임비 보존과 수급에 맞는 물동량 대응 등 기존 제도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이와 비슷한 형태로 관계부처의 판단에 따라 증차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두 번의 증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택배차량은 수급 불균형으로 애를 먹고 있는 형국이다. 

믿고 맡기는 직영제도?
현 허가제와 함께 현 지입제도에도 다소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과거부터 운수종사자 대부분 지입제도 하에서 움직였으나 정부는 재작년부터 ‘직접운송의무’와 ‘최소운송의무제’를 도입해 직영제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이같은 제도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직영제도는 운수종사자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월급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일부 운수업체의 횡포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 제도를 지입사에게 점진적으로 확대하면 대형 운수업체 간의 시장을 뺏고 지키는 전쟁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러한 출혈경쟁으로 운수종사자에게 운임비 하락과 처우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운수종사자 사이에서 ‘표준 운행 요금표’를 제정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톤수에 따라 거리 당 요금이 정형화 되지 않아 일관성 없는 운임비는 물론 화물 중량 대비 더 낮은 톤급의 차량을 이용해 과적을 조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표준 운행 요금표가 제정될 경우 업계의 올바른 교통문화 정착과 권리 신장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의식하듯 신규 진입차주와 기존의 운수종사자들도 모두 혼선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쪽이 득을 보면 반대편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제로섬(zero sum) 게임식 사고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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