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가격 60%가 유류세…내릴수록 세금비중 더 커져

 
화물차 운임수입에서 40~50% 가량을 지출하는 경유 가격이 10여 년 만에 리터(ℓ)당 1,000원대 시대로 복귀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리터당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전날 대비 2.88원 하락한 1,098.5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5년 7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1,000원대로 떨어진 것이다. 일부 주유소는 경유를 리터당 900원대에 판매하는 경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경유 가격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국제유가 하락이 직접적인 영향이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던 두바이유 가격은 2014년 9월을 기점으로 깨졌고, 지난 1월 20일에는 역대 최저 가격인 배럴당 25달러 수준에 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화물운송업체와 화물차주들은 별로 실감이 나지 않고, 경유가 하락으로 얻는 이득은 ‘글쎄’라는 표정이다. 경유가에 붙어 빠져나가는 세금이 60%를 넘고 있는데다, 기름값 하락으로 화주들이 비례해서 운임수준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리터당 붙는 종량세로 지속하락 기대는 ‘금물’
전북 김제의 화물차주 박 모 씨는 “몇 년 사이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가 30달러까지 떨어졌다고 하는데, 왜 아직도 주유소에서는 그만큼 체감할 수 없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오를 때는 번개처럼 오르더니 떨어져야 할 때는 한 세월”이라고 현 기름값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유류세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된다 해도, 세금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경유가의 추가 하락은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름값에 붙는 세금은 소비할 때 부과되는 소비세임에도 불구하고 판매가격이 아닌 리터당 부과되는 종량세이기 때문에 유가가 떨어지더라도 변동폭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유류세는 원유를 수입할 때 붙는 관세와 수입부과금 이외에도 내국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포함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 교육세는 모두 종량세다.

이 때문에 경유 가격이 리터당 1,600원일 때에는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대에 불과하지만, 요즘처럼 1,000원대일 때에는 세금의 비중은 60%대로 치솟게 된다. 국제유가가 국내유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세금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함께 치솟을 수밖에 없다.

유류세 적정 수준. 어느 정도일까
이처럼 기름값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저유가 시대에서 ‘배(원가)’보다 ‘배꼽(세금)’이 더 큰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거세지고 있다.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혜택이 정작 소비자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정부의 세수만 불리고 있는 지적도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유류의 소비는 점점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거둬들이는 절대적인 세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2월 15일 ‘유류세 인하,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의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기름값 하락폭에 한계가 있으며, 세금이 세전 휘발유 가격 대비 약 2배에 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8가지나 되는 유류세목을 단순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류세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30% 정도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물가수준을 고려한 우리나라 유가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소비자 요구와 서민경제 부담 완화, 국내 제조업 대외경쟁력 향상 등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터당 600원대의 고정 유류세금은 국제 유가의 하락 국면에서 국내 기름값의 하락을 막고, 국제 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석유류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하했지만, 정부가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강압하면서도 기름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는 데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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