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허가제’ 올해 중점 연구과제로 선정
기존 허가제에서 화물차 신규 증차 늘리거나
법 손질해 허가제-등록제 병행하는 방법될듯

 

▲ 10년 이상 지속돼 왔던 화물운송사업 허가제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신규로 제작되는 화물차(위)와트 럭터미널(아래)에 주차된 화물차들 모습

지난 1월 국토교통부의 ‘2016년 업무계획’이 나왔다. 주목되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물류·유통 융합에 대응한 화물운송시장 개편’에 관한 내용이 간략히 수록된 것이다. 올 연말쯤 현재의 화물운송업의 허가제와 함께 업종체계, 지입제 등 화물운송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제도들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이와 함께 최근 화물시장의 변화를 반영·선도할 수 있는 상생·협업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년 이상 꿈쩍 않던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신규 허가제와 영업용 화물차의 신규 증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여기에 한국교통연구원도 대부분의 차종에 대해 현행 화물차 운송사업의 허가제는 물류수요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서, 화물운송 시장주체들의 공감대 형성과 함께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 수립에 힘을 실어주었다.

신규 증차 방향으로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영업용 화물차 신규 증차여부를 매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공급기준’을 통해 억제해 왔던 그간의 정부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형태로 변화가 이루어지느냐 하는 점이다. 크게는 두 가지 형태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먼저 현행처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허가제 근간 하에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공급기준’을 보다 완화해 영업용 화물차의 신규 증차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국토부는 컨테이너용 등 트랙터를 비롯해, 석유류 및 화학물질 수송용인 탱크로리(유조차 포함)에 대해 신규 공급을 허용했다. 물론 ‘화물차 운수사업 공급기준’에 따라서다.

구체적으로 2014년 말 기준 영업용 화물차 대수는 약 43만여 대로 적정공급 수준에 비해 1.4%, 대략 6,000여 대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했고, 화물차시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수급조절이 가능한 수준에서 허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밴형 화물차, 수급 불균형 매우 심각 
문제는 이들 차종에 비해 영업용 화물차의 수급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밴형 화물차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불법적으로 영업하는 자가용 화물차를 영업용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신규 증차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수급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 지난달 25일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택배 물동량에 따른 대응 조치로, 올해 약 3,400여 대의 택배차량 신규 증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새로 공급되는 택배차량 중 업체 대상(직영 조건) 증차분인 539대를 제외한 개인 증차분 약 2,800여 대에 대해 사전심사를 거쳐 허가를 발급한다는 방침이다. 택배 차량이 부족한 점을 감안하여 취해진 조치지만, 이전처럼 땜방식 조치에 불과한 것 같다는게 택배업계의 생각이다. 

밴형 화물차인 택배차량의 경우 지난 10년간 택배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음에도 택배차량은 ‘신규 증차 불허’에 묶여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택배차량을 중심으로 여타 영업용 화물차의 신규 증차문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혹은 탄력적으로 가져가느냐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둘째는 영업용 화물차 허가제의 근간에 손을 데는 것이다. 허가제를 다시 등록제로 원점으로 회기하기는 어렵지만, 등록제와 허가제를 조화시키는 절충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일부 비인가 업종의 규제완화, 수급불균형을 겪는 업종의 특별법 제정과 번호판 가격 정찰제 도입 등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번호판 가격의 경우 번호판의 년식, 지입사 인지도, 번호판이 포함된 차량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해 공식적인 가격을 산정하기 어렵다. 또한 차주들과 물류업체 사이에서 많은 분쟁을 야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허가제, 프리미엄 등 부작용 대거 양산
그렇다면 이렇게 허가제가 철퇴를 맞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화물운송시장의 수급불균형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택배차량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물동량에 비해 택배차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물량은 전년 대비 11.87% 증가한 18억 1,600만 여개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른 대응 조치로 국토부는 현재 택배차량 3만 2,500여 대에서 3만 6,000대로 확충하고자 약 3,400여 대를 신규 증차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올해는 20억 개 택배 물량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어 아직 한숨 돌리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또한 지난 두 차례(2013년/2014년)에 택배 분야 집화·배송만을 담당할 1.5톤 미만 신규 영업용 번호판 총 2만 5,500대에 비해 다소 규모는 작아 신규 증차에 대한 갈증을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택배업계는 보고 있다.

두 번째로 매달 치솟고 있는 프리미엄(웃돈)을 이야기할 수 있다. 현재 영업용 번호판 가격은 약 2,500~3,000만 원이다. 1톤 차량 가격을 훌쩍 넘어간 상태다. 프리미엄은 기득권 세력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생겼지만 정작 차주들에게 독이 되어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일부 운수업체들은 번호판 장사를 통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상승한 프리미엄만큼 부대비용도 덩달아 올리는 등 다양한 병폐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불법 증차로도 나타나고 있다. 프리미엄과 함께 번호판 품귀현상이 나타나자 공무원과 브로커 그리고 운수업자들이 공모해 불법으로 영업용 번호판을 발급받는 등 현행 제도의 허점을 이용했다. 또한 대담하게 자가용 번호판으로 유상운송을 하는 행위도 늘고 있다.

세 번째로 쿠팡의 로켓배송과 같은 변형된 형태로 배송사업을 영위해 허가제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현재 화물차운수사업법(화운법) 56조에서 자가용을 통한 유상 운송을 금지하고 있지만 쿠팡의 로켓배송은 흰색 번호판을 단채 2014년 3월부터 자가용 화물차를 이용해 9,800원 이상의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 한해 무료로 배송해주고 있다. 

법 해석에 따라 합법과 불법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태다. 현재 쿠팡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법제처가 이렇다 할 결론을 못 내놓은 채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허가제란?

화물운송시장은 지난 2003년까지만 해도 누구나 화물운송 자격증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등록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구직을 위해 사람들이 화물운송시장에 대거 몰리면서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화물운송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화물연대는 2003년 5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와 함께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했다. 

모든 영업용 화물차가 운행을 중지함으로써 국내 물류시장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가게 되자 참여정부는 수습책으로 ‘화물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화물차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허가제는 이사화물, 일반화물운송주선사업 등을 포함한 운송주선사업은 신규 공급 허가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기존 화물차주의 권리를 인정하고 신규 진출자의 진입을 제한했다.

다만 예외규정으로 현재 청소용 차량, 소방용 차량, 최대적재량 100톤 이상의 특수용도형 차량 등 특수작업형 차량과 현금 호소용 차량(2014년), 탱크로리(2015년) 등을 포함한 특수용도형 화물차의 경우 용도가 제한되는 차량 특수성이 인정되어 시·도지사가 당해지역의 수요 및 공급 상황 등을 감안하여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허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도 신규 허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나 사업체를 양도·양수하거나 법인을 합병할 경우 이를 화차 운송주선사업 영업소로 전환하는 것은 허용된다. 또한 화물차 운송가맹사업도 신규 공급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나 증차를 수반하는 가맹사업은 금지됐다.

2015년 말까지 집계된 영업용 차량의 수는 43만대 조사됐다. 그 중 영업용 화물차의 수는 38만대로 나타났으며, 그 중 카고형이 24만대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2003년과 현재 차량 대수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그 뒤를 잇는 특수화물차(유조차, 탱크로리 등)의 경우 매년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며 작년에 12만 대 선을 넘었다.

한편, 지난해 화물운송사업 수급상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균형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 공급제한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로 한 바 있지만 올해 2016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공급기준 고시의 내용은 다소 달라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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