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트럭업체 가격담합…승소 의미와 과제
공정위로 망가진 '업계 정보교환', 정상 되찾아야


최근에 상용차업계에선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법이 지난 2013년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덤프트럭, 트랙터, 카고 등 대형 화물차시장에서 판매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34억 원을 부과한 데 대해 불복, 항소한 만트럭버스코리아(이하 만트럭)에 완전 승소 판결을 내린 것.

낯 뜨거운 ‘공정인’ 선정과 표창
현재 같은 건으로 항소 중인 볼보트럭코리아(170억 원), 스카니아코리아(176억 원), 타타대우상용차(16억 원)는 만트럭의 항소 결과에 매우 고무적이다. 현대자동차(717억 원/자진신고로 면제) 다음으로 자진 신고해 과징금 일부를 면제받은 다임러트럭코리아(47억 원)는 상고심(대법원)의 최종 결과 여하에 따라, 이미 납입한 금액에 대해 반환 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항소에서 승소한 만트럭의 대법원 최종 결과, 그리고 항소 중인 업체들에 대한 모든 판결 결과를 기다리기에 앞서 서울고법이 내린 판결 내용은 공정위가 얼마나 무모한 결정을 내렸고, 이로 인해 상용차업계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환경에 처해지게 됐는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기업의 공정행위 여부에 대한 사법기관으로서 공정위는 2013년 말 대형 트럭업체 7개사에 대해 제품에 대한 가격 담합과 부당한 경쟁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 조치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시장을 통한 정보수집 이외에 경쟁사와 직접 접촉, 이메일, 유·무선 통신 등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상호간에 대형 화물차의 가격결정 계획이나 결정내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추가, 업체 간의 정보교류 마저 중지시켰다. 그리고 1,160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크게 세 가지다. 상용차업계 최초의 일이기도 하다.

2013년 10월 31일. 공정위는 국제카르텔 이제원 사무관과 최호 조사관에게 ‘이달의 공정인’으로 선정, 표창했다. “2년여 동안의 치밀한 조사를 통해 10여 년간 지속돼 온 상용차 업체들이 경쟁사 간 영업비밀 정보교환을 통해 가격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는 성과를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의 주장은 처음부터 끌까지 불합리”
우선 공정위의 형사 고발 조치에 대해 모든 업체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끌까지 공정위의 주장에 대해 모두 불합리하다는 지적과 함께, 위법함을 지적했다. 재판부의 논지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재판부는 원고(만트럭) 등 7개사는 대형 화물차의 판매가격, 판매실적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원고는 경쟁사의 가격인상계획을 추종한 적이 없고, 원고 등 7개사 간에 경쟁사의 가격결정, 유지 또는 변경을 서로 추종할 것이라는 데에 대한 묵시적인 의사도 없었다. 원고는 독일 본사의 공급가격을 토대로 환율변동,제조비용 상승,신규모델 출시, 엔진변경 등의 합리적인 가격 인상의 사정을 고려하여 독자적으로 가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격 책정이 담합이 아닌 독자적인 결정임을 분명히 했다.

형사고발에 모두 무혐의
재판부는 더 나아가 “설령 원고가 교환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격을 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동조적 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어도 부당공동 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는 경쟁사들과 차량 가격의 인상 시기 및 인상 폭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경쟁사간)정보교환행위와 관련 “그 기간 동안 사업자 간 시장점유율이 변동하였고, 일부 사업자는 시장에서 아예 퇴출되기도 하는 등 관련시장의 사업자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정보교환행위 이후에는 오히려 매출 및 영업이익이 증대한 것으로 보아, 정보교환행위는 아무런 경쟁 제한적 효과를 초래하지 않았다.”며 정보교환행위가 가격 담함의 근거라는 공정위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정보교환행위는 그 위반 정도나 실질을 살펴보면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볼 수 있음에도 이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본 것은 피고(공정위)의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살려야 하는 ‘경쟁사 간 정보교환’
정보교환행위가 유난히 불거진 판결이다. 이 행위를 공정위가 크게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2013년 초 공정위가 대형 트럭업체 7개사에 대한 가격담합여부에 대한 조사가 들어가면서 그 전까지 있어 온 판매실적 교류 중단은 물론, 인적인 교류마저 완전히 단절되기에 이른다.

급기야 각 사는 대표자 명의로 “더 이상 자사의 판매 실적 제공은 물론, 경쟁사의 실적도 요구하지도 받지도 않겠다.”는 각서 형태의 내용증명을 보낼 정도였다.

회사의 존폐여부를 떠나 경영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말 그대로 살벌한 분위기가 상용차업계 전반을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 였다. 이런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형국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 상황을 말하자면 이렇다. 3년 이상 경쟁사 간의 판매실적은 신(神)만이 아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각 사는 판매실적을 절대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적교류는 꿈도 꾸지 못했다. ‘부자 몸조심’이 상책이었다.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은 한 번으로도 치명적인데, 두 번까지 당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단지 마케팅 차원에서 일부 흘리는 정도였다. 그나마도 실적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업체에 한해 그랬다. 경쟁사들은 상대방의 흐름조차 파악조차 못 하는 깜깜이 실적 하에서 ‘나홀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만 했다. 현재도 그렇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세계 제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상급심인 서울고법의 판결 의미를 되새겨 봤다. 과징금을 두들겨 맞은 업체들, 더 나아가 상용차업계 전체가 ‘이들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죽은 꼴’이 된 셈이었다.

공정위의 공정치 못한 행위로 흐트러진 관련 업체, 그리고 상용차 업계를 이전처럼 정상 궤도로 올려,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이 바탕 하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기대와 바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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