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용 화물차 번호판 ② 규제의 산물 ‘프리미엄’
자체 정화하기에는 악·폐습 근절의지 부족
번호판 가격 안정 위해 정부 개입 필요해

▲ 온통 노란 번호판의 영업용 화물차들이 화물트럭터미널에 주차된 모습들. 이들 트럭 대부분은 운송업체에 지입 형태로소 속돼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화물운송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특별팀(TF)의 8개월간의 조사 끝에 지난 4월 영업용 번호판 임대 계약 체결 시 부당 금전 지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표준위수탁계약서’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권고사항으로 법적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를 비웃 듯 일부 운송업체에서는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이에 정부의 영업용 번호판 관련 정책과 함께 업계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프리미엄(웃돈)의 상승 원인을 추적해봤다. 

비싸도 꼭 필요한 영업용 번호판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하면. 사업목적의 영업용 화물차는 화물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자가용 화물차의 경우 유상운송 시 현행법에 저촉된다. 이에 합법적인 유상운송과 별도의 혜택(부가세 환급, 유가보조금 지원 등)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기존 운송업자가 영업용 화물차를 늘리거나, 예비 화물차주들이 화물운송 자격증을 취득 후 차량과 함께 기존에 풀려있는 영업용 번호판을 ‘거래’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프리미엄이 발생한다.

10년 이상 영업용 화물차 증차가 억제되다 보니, 현재 거래되는 번호판 시세는 1톤 이하 2,400만 원, 4.5톤 이하 2,900만 원 선으로 형성됐다. 법인의 경우 8톤 이하 카고는 2,900~3,000만 원, 11톤의 경우는 3,300~3,400만 원, 25톤 및 트랙터는 3,700~4,000만 원이다. 영업용 번호판은 화물차에 장착된 부속품 중에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고 있다. 

정책도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2014년 이후 정부가 내놓은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 관련 정책들을 살펴보았다. 영세한 화물차주의 권익과 화물운송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오히려 번호판 가격을 상승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 8월 화물차 지입차주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화물차운수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운송업체가 지입차주에게 화물차 양도ㆍ양수 비용을 전가하면 과징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운송업체는 무리하게 지입차주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기 보다는 번호판 구매를 통한 증차가 유리하게 됐다는 평이다.

또한 지난해 9월 발표된 ‘화물차 번호판 양도·양수에 관한 시행규칙’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의 취지는 물류회사가 먼 지역에 사는 화물차주에게 번호판을 임대하는 행위를 개선하기 위함이었지만 실제로는 번호판 이동이 불가능하게 됐다. 지역 간 번호판 공급이 막히게 되자 번호판 임대료가 상승했으며, 이 가격이 전국 평균 가격으로 형성됐다는 평이다.

그동안 영업용 번호판은 계약서에 명시 없이, 개인 계좌 및 현금 등 불투명한 거래로 이뤄졌다. 이에 광주지방국세청이 지난 5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영업용 번호판 매매 수익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 화물차협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부가세라는 명목으로 차주에게 그 비용이 가중될 것이며, 이는 번호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누구를 위한 프리미엄인가
프리미엄은 화물차 운송시장에 무분별한 진압을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보호막이 두터워지며, 신규 진출자에게는 큰 부담을 떠 안겨 주고 있다.

무엇보다 번호판의 가격과 번호판 임대비용 등이 공식가격이 아닌 시장시세에 따라 가격이 매겨져 신규 진출자는 계약 체결 시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신규 진출자에게 진입장벽 역할을 하는 영업용 번호판. 기존 차주들에게는 어떤 역할을 할까. 본지 자체 설문조사 결과 현재 용달·개별 번호판을 가진 차주들은 프리미엄 상승에 대해 대체로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종의 상가 권리금 형태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법인 번호판을 임대하는 차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차량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임대료와 함께 매달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월세와 비슷한 개념으로, 프리미엄 상승은 이들에게 부담스러운 ‘웃돈’으로 작용하고 있다.

운수업체에 임대 번호판을 받아 창업을 시작한 A 씨는 “임대 번호판의 가격은 보증금처럼 돌려받을 수 있는 개념이 아닌 임대료의 개념이다.”라며, “이미 수천만 원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및 지입료 등을 이유로 매달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업계의 이중적인 수입구조에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와 별개로 현재 운송업계에 종사하는 차주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증차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경우가 우세했다. 열악한 시장 환경, 낮아진 운송요금 등을 들고 더 이상의 증차는 불가하다는 입장이 보였다.

아울러 위수탁 차주 보호를 위한 직접운송의무제, 최소운송의무제 등 위수탁 차주 보호를 위한 법시행이 발효된 지 약 1년을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행위가 지속된 가운데 정착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제는 정부의 더 깊숙한 시장관여와 행정조치가 필요하다.

다음 호에서는 화물차주 및 운수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영업용 번호판의 대책 및 해결방안 등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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