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

▲영업용 화물차 허가제가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영업용 번호판은 찻값보다 비싼 그야말로 ‘현물’로 변질됐다. 노란 번호판을 단 화물차들이 운행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후 불과 1년 만에 경쟁업체 간의 우회 보조금 지급 등 각종 편법이 쏟아지면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형평성 논란과 함께 제재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법규 과연 단통법 뿐만 일까? 화물운송업계는 이보다 오래전부터 ‘화물차 허가제’라는 더 큰 난제가 존재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일부 매체에서 이따금 거론되지만, 대중들과의 생활과 밀접하지 못해 그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지 못한 점이 다를 뿐이다.

영업용 화물차 허가제가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영업용 번호판은 찻값보다 비싼 그야말로 ‘현물’로 변질됐다. 이에 ‘황금’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 번호판을 일부 운수업체들이 그냥 둘 리는 만무하다. 각종 편법을 통한 불법증차와 프리미엄을 이용한 번호판 장사 등 애초의 목적과 달리 영업용 번호판은 혼탁한 화물운송시장의 중심에 서 있게 됐다.

현재 영업용 번호판은 화물운송업계에 많은 야기를 불러일으키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 논의 필요성, 신규 대규모 증차 요구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존폐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이 보여주는 문제점과 실상을 3부작으로 기획, 접근해봤다.

허가제로 불거진 영업용 번호판
화물운송시장은 지난 2003년까지만 해도 화물차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됐다. 그러던 중 IMF 외환위기 직후 구직을 위해 사람들이 화물운송시장에 몰리면서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게 됐다. 결국 참여정부는 2003년 화물연대의 강력한 요구와 시장이 혼탁해질 것을 우려, ‘화물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화물차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했다.

그 후 스마트폰을 활용한 쇼핑, 해외 직구 등 유통채널 증가로 급격히 택배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2013년 상반기 정부는 택배 분야 집화·배송만을 담당할 1.5톤 미만 영업용 화물차 공급을 위해 총 1만 3,500대 이내에서 신규 허가를 발급했으며, 2014년 하반기 1.5톤 미만 택배차량 1만 2,000대를 다시 증차하는 등 현재까지 택배 업계에 한해 제한된 증차가 이뤄졌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용 화물차 대수는 약 43만여 대로 적정공급 수준보다 6,000(1.4%)여 대가 과소공급 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화물차시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수급조절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정하는 방침으로 증차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렇듯 관련 부처인 국토부도 영업용 번호판의 과부족을 인식하고 있으나 택배업계에 간헐적인 증차만 이루어졌을 뿐 아직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일부 운송업체들 매달 웃돈 상승시켜
기존 화물차주들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신규 진입자의 진출을 어렵게 한 화물차 허가제는 구조적으로 기존 영업용 번호판에 대한 가치를 끌어 올렸고, 번호판 거래 시 이러한 프리미엄 강세는 시장경제 논리상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재 거래되는 영업용 번호판의 시세를 살펴보면 법인의 경우 8톤 이하 카고는 2,800~3,000만 원, 11톤의 경우는 3,300~3,400만 원, 25톤 및 트랙터는 3,700~4,000만 원에 달한다.

문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달 프리미엄 상승률이 거침이 없다. 지난 1월 대비 10월까지 영업용 번호판(트랙터 제외) 가격의 증감율은 최소 13%에서 최대 35.7%까지 상승하는 등 준중형에서 중대형 승용차 가격으로 성큼 올라왔다.

이와 관련 1톤 트럭을 구매 후 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예비차주 A씨는 “현대 포터 트럭(자동)을 지난달에 주문했지만, 대기자가 밀려 3달 정도 지나야 받을 수 있다.”면서, 매달 상승하고 있는 영업용 번호판 가격에 큰 걱정을 드러냈다.

그밖에 현행 영업용 화물차 제도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부 운수업체들의 번호판 장사도 프리미엄 가속화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영업용 번호판을 소유한 운수업체는 지입을 전제로, 매매 시 프리미엄을 챙기고 동시에 지입료까지 챙겨가는 이중 수익 구조로 인해 ‘가진 자의 횡포’로 여겨지기도 한다.

다양한 편법과 불법증차 등장
지난해부터 현행법의 허점을 노린 다양한 편법과 불법증차가 등장,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화물차주가 영업용 번호판을 분실신고한 뒤 새로운 번호판을 발급받는 방법이 있다. 새 번호판을 받으면 분실신고를 취소한 다음 기존 번호판과 새로운 번호판을 2대의 차량에 부착하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공무원과 브로커 그리고 운수업자들이 공모해 위조된 서류로 증차가 허용되는 특수용도 화물차의 허가를 받고 난 뒤, 다른 지역으로 재양도해 다시 사업용 일반화물차량으로 재등록하는 방법 및 불법구조변경을 통해 운행하는 방식 등 각종 불법증차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전문 브로커-운송업체-지역 화물협회-지자체 담당자 간 유착 고리가 잔존하거나, 자치단체 담당자의 업무미숙으로 유사비리 재발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소셜커머스업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화물업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년 3월부터 쿠팡은 영업용 화물차가 아닌 ‘자가용 화물차’를 이용해 무료로 배송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운수업계에서는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했다며, 쿠팡을 고발했지만 쿠팡 측은 “포장 및 인건비만 받고 배송비는 받지 않는다.”고 대응하며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광주지방검찰청과 부산지방검찰청은 '로켓배송'과 관련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에 물류업계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로켓배송’ 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했지만, 이번 무혐의 처분으로 쿠팡의 남은 고발 건들도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덧 11살이 된 영업용 번호판은 화물운송업계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치솟는 ‘프리미엄’과 함께 현행법을 비웃듯 부작용들이 화물차 업계의 병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영업용 번호판 기획 시리즈’는 화물차주 및 업계관계자들의 자체 설문조사 내용과 함께 정부의 영업용 번호판 관련 정책 및 해결방안 등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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