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5위국…상용차 판매·등록 알 수 없는 나라
‘총중량·축하중 기준 변경’ 입법예고 뒤에 공청회
업계, “운송시장 흐름 보고 제도·정책 제대로 펴야”

 

▲ 자위적인 정책 판단, 그리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에서는 ‘힘의 논리’가 정책을 좌우하는 현상이 여전이 화물운송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진들은 노란색 번호판을 단 영업용 화물차, 그리고 출고 대기 중인 화물차들 모습.
 

‘10회 大기획, 상용차업계를 논하다’가 이제는 9부 능선에 다다랐다 . 지난 2월, 10회 연속 기획시리즈 첫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트럭, 버스, 특장차 등 국내 상용차업계 전반에 대한 시장상황을 짚어 보았다. 이번 호에는 상용차 시장의 흐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정책 부문’을 다뤄야 할 차례다.

 

옥을 죄는 시장 느낌

국내 상용차 시장은 국산과 수입이 함께 어우러져 가는 시장 개방성을 띄고 있다. 현재 유럽산 상용차가 수입의 중심에 큰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산 상용차들이 미미하게나마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완성차로 한정시키자면 이 정도의 상황이다. 부품까지 얘기하자면 국내 상용차 시장은 말 그대로 ‘완전 개방 체제’를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의 웬만한 부품과 부품업체들이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출하는데 조건만 맞으면 어려움이 없다. 국산과 수입산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국내 승용차 시장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상용차 시장을 바라보자면 뭔가 답답하고, 옥을 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장의 자율 경쟁을 정책이 통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자위적인 정책 판단, 그리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에서는 ‘힘의 논리’가 정책을 좌우하는 현상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입에 재미붙은 운송업체들

국토부는 지난 2004년 영업용 화물차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간으로 하는 화물차운수사업법의 일부 내용을 개정, 그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법 개정 이면에는 영업용 화물차의 과잉공급, 그리고 화물차주들의 운임하락 등을 해결해달라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당시의 판단이었다.

특히 화운법 개정은 예고기간 없이 정부안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이루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법이 통과되기 전 K택배, D통운 등 몇몇 대형 운수업체들은 사전에 영업용 번호판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허가제로 기존 번호판 거래 시 프리미엄이 형성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기치 못한 의원입법 과정에서 일부 의원과 운송업체 간의 ‘뒷거래’ 소식도 전해지기도 했다.

어쨌든 영업용 화물차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형태로 법은 통과됐고, 11년째 정부의 관리 하에 영업용 화물차의 신규 증차가 통제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 의도대로 현재는 영업용 화물차의 수급이 원활해지고, 화물차주들은 제대로 받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급불균형은 여전하고, 운임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상태’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법 개정 당시에는 화물차가 남아돌았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족한 차종들이 늘어나는 逆수급불균형 상태이고, 화주와 운송업체 중간에서 운임수익을 올려야 하는 화물차주들은 여전히 운임수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자가용 화물차의 불법 영업행위가 늘어나고, 불법증차마저 업계의 큰 골칫거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게다가 영업용 화물차의 번호판에 대한 프리미엄은 천정부지로 올라, 일부 대형 트럭의 경우 4,000만 원~5,000만 원의 웃돈을 얹어주고 사야하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번호판 구하기도 쉽지 않다. 공번호판을 대거 확보하고 있는 운송업체들은 번호판 자체의 프리미엄보다 임대 형태의 지입으로 얻는 이익이 더 많다는 계산 때문이다.

영업용 택배 차량 10년간 ‘-11%’

10년간 주요 절대량을 차지하는 자가용과 화물차와 10%를 다소 상회하는 영업용 화물차의 등록상황을 살펴보면, 차종별로 수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이 등록상황은 정부의 매년 이루어지는 수급상황 판단 자료와는 별개로, 단지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10년간 영업용 화물차는 27만 대에서 32만 대로, 15% 정도 늘어났다. 매년 1% 포인트 가량 증가한 셈이다. 수급문제와는 별 관계없는 자가용 화물차의 증가율 8.4%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하지만 차종별로 들어가 보면, 10년이 지났어도 증가하기는 커녕 줄어든 차종들이 상당수 발견된다. 평균 증가율에도 못미치는 차종들까지 합치면, 여기에 대부분의 차종이 해당된다. 지난 10년간 영업용 화물차 증가가 얼마나 억제돼 왔는지 지레 짐작이 간다.

실제 가장 일반적인 화물차로 등록되는 카고형 화물차의 경우 영업용이 10년간 0.9% 증가, 사실상 증가율 제로상태에 머물고 있다. 

물류운송에서 가장 대수가 많은 밴형 화물차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영업용이 지난 10년간 11.2% 감소했다. 작년과 올해 정부는 택배 차량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보고, 신규 증차를 허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가용 역시 23.6% 감소했는데, 몇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정부의 신규 증차방침에 따른 자가용의 영업용 전환, 그리고 밴형 화물차 운전자들의 감소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트레일러로 지칭되는 피견인차의 경우는 오히려 큰 폭의 증가세가 두드려졌다. 영업용의 경우 10년 전 3만 7,000여 대에서 5만여 대로 30% 가량 증가했다. 피견인차의 경우 신규 증차에서 큰 제약을 두지 않는 점 때문에 증가 폭이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들 차종 외에 수급 불균형 문제로 떠오르는 견인차(트랙터), 구난차 등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1.5톤 이하 택배차량의 신규 증차, 그것도 불법 영업 자가용의 전환 방식이란 임기응변식 정책으로는 현재의 영업용 화물차의 부작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영업용 화물차의 여러 부작용, 즉 번호판 프리미엄, 불법증차, 자가용 화물차의 불법 영업 등이 더 큰 문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슬 퍼런 공정위의 통계시각

상용차 시장에서는 이처럼 영업용 화물차의 수급문제가 여전히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산업 발전이란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통계’는 무엇으로 설명해야할 지 모를 정도다.

지난 2011년 4월부터 국내 상용차 시장에는 월 단위든, 년 단위든 공식적인 판매실적이 자취를 감췄다. 그 이전까지 국내 및 수입 상용차업체들은 십수년 동안 판매실적을 공유해 왔다. 이런 와중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트럭 판매업체(국내 2사, 수입 5사)들에 대해 일제히 가격담함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면서, 업체 간의 실적공유가 완전히 중지됐다. 이런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이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공정위로부터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은 해당 업체들은 그렇다고 해도, 국토부 등 주무 기관은 산업의 기본 척도로 여겨지는 ‘등록 통계’ 조차 공개를 꺼리고 있다. 

자동차 분야 중 승용차의 경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은 회원사들의 판매실적을 집계하여 월별, 분기별, 연도별로 판매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단체를 통한 공개지만,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같은 자동차임에도 상용차 분야는 지난 4년간 판매실적, 등록실적에 대한 공식적인 공개가 전무한 상태다. ‘귀동냥’으로 실적을 파악해야 하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까.

“판매실적을 공유할 수 없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통계’ 통제 행위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실적을 통해 경쟁사의 동향을 알고, 시장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데, 확인할 방법이 없다.” 상용차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와 관련, <상용차정보>는 공정위에 통계와 관련,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돌아온 답변은 서슬 퍼랬다. 

“업체 간에 가격 담합이 조금이라도 드러날 경우 업체 간의 실적공유 사실은 담합에 대한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적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거나 이를 공개할 경우 공정거래법에 위배될 수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실적 조차 공개할 수 없는 상용차 업계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실적에 버금가는 등록실적을 정부에 요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를 꺼리면,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정보공개심판이나 행정소송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환경부의 모순된 정책
지난 30일 국토부는 ‘차량의 운행제한 기준 개정’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15일 차량 형식별 하중 특성에 따른 ‘총중량 및 축하중 제한기준 변경’을 주요 골자로 한 도로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마련, 입법예고했었다.

예상외로 반대가 심하자, 개정안 추진을 1년간 보류한 것이다. 국토부는 개정안을 만들면서 ‘총중량 및 축하중 제한기준 변경’시 나타나는 물류운송 전반의 변화를 내다보지 못했던 것이다.

‘총중량 및 축하중 제한기준 변경’이 운행 안전, 도로파손 방지 등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현재의 ‘총중량 및 축하중 기준’은 초기 화물차 및 물류운송 시장을 지배해 온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건드릴 경우, 수많은 관련 분야의 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예를 들면, 덤프트럭 축하중 규제로 최대적재량이 감소될 경우. 화주, 운송업체, 운송업자간에 약속된 운임의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이에 따라 당사자 간 유불리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운행횟수 10회인 운송 구조는 11회나 12회로 늘어나면서 물류비 증가는 물론, 환경부의 대형차 평균 온실가스 제도 도입 취지에도 역행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한 정부안에서 부처 간의 정책이 모순되는 경우다.

결국,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애초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없이 ‘총중량 및 축하중 기준’을 단순히 받아들이고 추진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1년간 잠재워 놨던 작년 말의 개정안을 다시 들춰내 ‘공청회’를 갖는 것은 매우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떠한 결론이 나든 국토부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상용차 및 화물운송과 관련한 매우 다양한 정책들이 산재해 있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사항들은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고,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영세 자동차제작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자기인증제도, 그리고 차량 제작 후 수리시 정비면허를 요구하는 현행 제도, 중고시세 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은 중고 상용차 시장의 현실 등은 정책 여하에 따라서 보다 선진적인 형태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소지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정부의 개방적인 자세가 보다 요구되는 이유다. 아울러 법 개정시 시대의 흐름에 맞춘 면밀하고, 체계적인 구상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흐름에 좌우되는 화물운송정책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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