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6 등 차 값 영향으로 중고차 경쟁력 상승
보증되지 않은 가격, 품질에 시장 불신 여전

지난 4월 어느 날, 경기도의 한 화물차 매매단지에는 중고 화물차를 구입하려는 구매자와 이를 판매하려는 매매업자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사실 단지 내에는 진열된 중고 트럭이 사람보다 더 많아보였다. 이날 만난 한 예비 화물 차주는 “최근 유로6와 같은 외부 요인들 때문에 차값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폭으로 올라 중고트럭을 알아보게 됐다”며,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생각했던 것보다 중고차 연식이 오래 되지 않아 ‘구입할 만한’차들이 눈에 많이 띈다”며 내심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 중고 화물차 매매단지내 모습

중고 상용차 거래, 신차 못지 않아
국토교통부와 상용차업계에 따르면, 상용차 등록대수가 매년 역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7월부터는 유로6 배출가스 규제기준이 적용된다. 신차 값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소식에 운송업체 및 화물운전자들이 차값 인상 전인 작년 하반기 이후 유로5 모델 사전 구매에 대거 몰렸다. 이 때문에 일부 차종을 제외한 유로5 차량의 경우 작년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고 싶어도, 팔고 싶어도 물건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고차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현재 중고 상용차 거래는 신차 구매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일반화물차주 45% 정도가 주로 중고 화물차로 차량을 교체하고 있을 정도다. 중고 거래는 상용차시장의 큰 거래 부분으로 이미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유럽 수준의 한국의 엄격한 배기가스 기준과 중고 상용차의 우수한 품질 덕에 수출시장 역시 규모가 상당해져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차량의 생산부터 폐차까지, 상용차의 빠른 매매와 교체 등이 시장 확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보증되지 않은 시세…어지러운 중고차 시장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중고 상용차시장이지만, 정작 내 차의 시장 가치조차 제대로 공인받을 수 있는 평가 기준이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그래서 직접 발품을 팔거나 중고 상용차매매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감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상용차는 용도에 따라 제원과 옵션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차량을 검색해보거나 찾
아다니면서 대강의 차량가격을 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보험개발원에서 차량 기준 가액표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격인데다 그나마 수입사 차량은 제공되지도 않는다. 중고 상용차에 대한 시세가 확립되어 있지 않으니 신뢰성이 낮아 매매시장 자체가 활성화되기도 힘든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품질 역시 공인된 기관에서 보증을 바라는 것은 더욱 어렵다. 때문에 승용차와는 달리 구매자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중고 상용차의 품질 역시 신뢰성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차량에 결함이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생업을 목적으로 하는 상용차이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 중고 화물차들이 쭉 진열돼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투명성 위한 제도정비, 실효성은?
국토부는 이러한 중고 상용차매매시장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2013년 9월,‘ 토탈이력정보관리제도’를 선보였다. 이 제도는 소비자 스스로 차량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차량 정보를 축적하고 그 정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개정·공포된‘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에 포함돼 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국토부 자동차관리 시스템에는 신규 등록된 차량의 모든 주요 정보가 축적되게 되며, 여기서 개인이 중고 상용차의 정보를 명확하고 쉽게 얻을 수 있다. 차량의 객관적인 진단이 일부 가능해진 것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조금이라도 반증하듯, 매매단지에서 만난 박 모씨는“보통 중고차를 구입할 때 이전 차주가 차량을 어떻게, 얼마나 운행했는지에 대한 신뢰가 없어 구입이 망설여졌었지만, 최근엔 차량이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등 정보를 얻기가 쉬워져 속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부는 ‘토탈이력정보관리제도’이외에도 매매과정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대책 수립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중고 상용차시장을 만들고자 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중고자동차 거래 실명제’다. 세금 탈루나 대포차 양산을 막기 위해 작년 도입된 이 제도를 통해 딜러나 영업사원을 통한 개인사업자 형태의 매매 행위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다시 말해 법인 형태의 매매상사의 역할이 증대된 것이다. 시장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매매과정에서 당사자 간의 의구심과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긴 하지만, 일방적인 차량 이력 및 가격 정보 등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상용차매매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만으로 중고차 매매시장이 정상적으로 정착하기에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당사자간이나 매매업체를 통한 거래 과정에서 불신요인이 근본적으로 사라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높은 마진율에 대규모 매매법인들 진출
중고 상용차 유통 채널은 온·오프 가리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또한 매매과정이 보다 쉬워지게 되면서 마진율이 높은 중고 상용차시장에 대규모 매매법인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SK엔카가 중고 상용차시장 진출을 본격한 데 이어, 각종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상용차를 취급하기 시작한 것. 특히 기존 시장에서 확대된 경매·공매, 렌탈, 수출 등의 형태로 중고차의 품질과 가격 신뢰도 등이 기존보다 굉장히 높아졌다.
화물차매매상사의 한 관계자는“불과 2년 전만 해도 시장에 허위 매물이 판을 쳤는데, 이제는 모든 정보가 오픈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더욱이 최근 시장에 나오는 중고 상용차 연식 추세가 평균 4~5년인데, 상용차시장에서 이 정도면 신차나 다름없다고 여긴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시장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중고 상용차시장은 음성적인 면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래규모는 크지만 그 형태는 영세한 실정이다.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 시장은 활성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대규모 중고 상용차 전문 매매단지 건립이 추진되고 대형 온라인 중고차매매사이트가 중고 상용차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는 등 시장 환경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매물만 많아진 허울뿐인 시장이 아닌 신차만큼이나 차량을 인도했을 때 기분 좋은 중고 상용차시장이 정착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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