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티 가격 15년간 215% 인상…포터보다 100% P 높아
타타대우 등 경쟁모델 개발 · 검토 중…진출 시기는 미정

▲ 현대차 1톤 '포토'(좌측), 기아차 1톤 '봉고'

2.5톤~3.5톤 8,000~9,000대, 1톤 12만~13만 대의 연간 수요를 자랑한다. 1톤 소형을 대표하는 포터와 봉고, 2톤 이상 3.5톤 이하의 준중형 마이티. 단 1대의 경쟁 차종을 허용치 않는 ‘무풍지대’다. 현대자동차의 1톤은 독점 차종으로 굳어진지 어느덧 십 수년째다. 이보다 준중형 트럭은 멀게는 30년 동안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국내 유일의 독점 시장이다.

 

포터·봉고, 소형 트럭시장 독점되기까지

98년 (옛)삼성상용차가 닛산 소형 트럭을 기반으로 제작한 1톤 소형 트럭, 'SV110'을 등장시켰다. 이듬해 차명이 '야무진(Yamuzine)'으로 명명됐다. 야무진은 'Yes! Mount the zone of imagine'의 이니셜을 조합한 차명이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삼성상용차가 파산하자 야무진도 사라졌고, 1톤은 포터와 봉고가 양분했다.

삼성상용차의 파산은 사실상 기업의 논리보다는 정치적인 논리가 작용해 이루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삼성그룹이 궁극적인 목표로 자동차(승용차)시장 진출을 위한 하나의 교두보로 삼은 것이 상용차 부문이었고, 이 때 여러 차종 중 하나로 야무진이 태어나게 됐다. 현재도 간혹 삼성상용차 브랜드의 야무진을 도로에서 볼 경우가 있다. 상용차업계의 씁쓸한 과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국내 소형 트럭시장은 상용차업계에서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사라진 야무진의 전과 후를 살펴보아야만 현재의 현대차 독점 구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당시 최대적재량 1.2톤을 내세워 등장한 야무진의 이전에는 전통적인 맞수 현대차의 포터와 기아차의 봉고가 소형 트럭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독과점 구도가 영원할 것 같았던 이 시장에 삼성이란 ‘거물’이 '야무진'이란 1.2톤 트럭을 내세워 소형 트럭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2파전이 3파전으로 확대돼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전개된 것이다.

주로 1톤 트럭을 구매하는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들로써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반기는 기색이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에게는 ‘골칫거리’그 자체였다.

야무진 탄생 얼마 되지 않아 한국은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에 들어가면서 정치적인 이유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삼성상용차의 파산과 야무진의 단종을 가져온 것이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시장성을 판단하고 제품을 생산 판매했다면, 야무진은 현재까지도 생명력을 유지했을지도 모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상용차 메이커였던 아시아자동차가 기아차로 흡수되고, 기아차는 다시 현대차에 흡수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후 현대차는 기아차와의 경쟁과 중복 차종이었던 2톤 이상 준중형(봉고 프런티어)과 중형(라이노) 트럭을 현대차의 마이티와 메가트럭으로 각각 단일화시키면서 단종 시켰다.

그러나 10만대 안팎의 시장 수요와 단일 차종보다는 2개 이상의 브랜드 필요성을 감안, 1톤 봉고는 그대로 유지해 현대·기아차의 독점 시장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삼성 야무진을 전후해 국내 소형 트럭시장의 경쟁 구도를 요약하자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2파전 → 3파전(삼성가세) → 현대차와 기아차의 2파전(삼성 퇴출) → 현대차의 독점체제(기아차 흡수)로 정리된다.

 

▲ 서울 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차 2톤/2.5톤/3.5톤 유로6 '올 뉴 마이티'

2인자를 용납 않은 마이티

이처럼 1톤 소형 트럭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그리고 삼성의 가세와 퇴출로 경쟁구도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준중형 트럭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2파전 구도가 독점시장으로 굳어져, 현대차 마이티가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의 준중형 시장 독점 구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아차를 흡수·합병하면서 기아차의 준중형 트럭을 단종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현대차는 17년 만에 전혀 새로운 모습의 마이티 후속모델인 유로6 ‘올 뉴 마이티’를 공개했다. ‘17년 만에’를 되새겨 보면 대단한 변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17년 동안 마이티는 거의 변화 없이 준중형 트럭시장에서 안주해 왔다는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다. 어떠한 경쟁 업체, 경쟁 차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동안 변화에 너무 인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가격 상승폭이다. 상세한 내용은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가장 독보적인 인상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7년 만에 내·외관과 유로6 엔진으로 옷을 갈아입은 마이티는 사실상 30년 가까운 모델로 중소 규모의 운송업체, 그리고 개별 영세업자들로부터 인기와 사랑을 독차지해 오고 있다.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마이티는 86년 탄생했다. 일본 미쓰비시후소 캔터를 베이스로 자동차 산업합리화 조치가 풀려 현대차에서 최초로 내놓은 2.5톤 트럭이다. 당시 기아 타이탄이 경쟁 차종이었다. 지상고가 높은 3.5톤도 있었다. 94년 11월에 헤드램프가 사각형으로 바뀌는 등 디자인이 일부 변경됐다. 그러나 98년 10월에 후속 차종인 마이티Ⅱ가 출시되면서 단종됐다.

2세대 모델로 탄생한 마이티Ⅱ는 2015년 ‘올 뉴 마이티’로 세대 교체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다양한 라인업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했다. 마이티Ⅱ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 벤치마킹한 기존의 마이티와는 다른 점이다. 현대차는 마이티Ⅱ의 파생모델로 마이티 QT, e-마이티, 뉴 마이티 등을 계속 내놓으면 시장의 니즈를 충족해 나갔다.

그러다가 제3대 모델로 유로6 ‘올 뉴 마이티’를 내놓게 된 것이다. 올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올 뉴 마이티’는 유로6 충족기준에 맞춘 F-170 엔진과, 우레아 탱크, 사이드 마커램프 등이 변경되었다. 고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마이티 가격 인상도 독보적

현대차가 너무 오랜만에 신형 모델로 공개한 ‘올 뉴 마이티’는 물류운송업계 및 상용차업계에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동시에 예상은 했지만, 가격 인상폭과 인상율은 가히 ‘독점 마이티’ 답게 파격적이었다.

본지가 단독 입수, 상세 보도한 ‘올 뉴 마이티’ 가격은 기존 마이티Ⅱ에 비해 모델별로 최대 27%, 최하 22% 인상됐다.

구체적으로 기본 사양 기준으로 올 뉴 마이티의 가격이 3,771~5,020만 원으로, 유로5 모델인 마이티Ⅱ의 가격대 3,136~4,140만 원에 비해 최하 780만 원, 최고 1,020만 원 인상됐다. 평균 25%의 인상률이다.

특장차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영업사원 말을 빌어 “내년에도 또 한 차례 인상될 것 같다”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추가 인상 여부를 떠나“마이티만 유독 왜 이렇게 높냐”며 큰 불만이 집중 제기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마이티Ⅱ의 역사, 17년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지난 2000년부터 올 뉴 마이티 가격까지 인상 추이를 분석해봤다.

국내 유일의 트럭 전문지인 <Trucks>의 역대 차종별 가격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0년 1,460만 원이던 마이티 가격(슈퍼캡 기준 기본 사양)은 현재 유로5 모델로 3,910만 원이다. 유로6 올 뉴 마이티는 4,620만 원이다. 15년 전에 비해 3,160만 원 올랐다. 인상율로 보자면 216%,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현대차와 기아차 1톤 트럭과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5년 동안 현대차 포터와 기아차 봉고의 가격추이는 인상폭과 인상율이 너무나 비슷하기에, 포터를 기준으로 들여다보았다. 2000년 당시 포터 가격(일반 캡 기준 기존 사양)은 680만 원. 올해는 1,440만 원이다. 공교롭게도(?) 기아 봉고와 가격이 같다. 15년 동안의 인상폭은 760만 원, 인상율은 112%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준중형 트럭시장에서 어떤 큰 변화가 있었는지, 차량 가격을 다른 차종에 비해서 크게 올릴만한 동기가 있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그런 준중형 시장에서 마이티가 포터와 봉고에 비해 무려 100% 포인트 가량 더 오른 것이다. 경쟁 차종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마이티에 대한 현대차의 가격 인상폭이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다.

소형·준중형 시장 독점구도는 언제까지

소형과 준중형 트럭시장에서 현대차의 독점체제는 앞으로도 오래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시장에서 현대차의 독주 체제가 오랫동안 굳어지고 여러 가지 부작용, 다시 말해 견제구 없는 독점적인 가격 인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차종 선택 등은 구매자들에게는 불만의 대상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이 때문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삼성상용차가 문을 닫지 말고 현대차와 경쟁관계를 계속 유지했어야 했다”는 말을 토로할 정도다.

삼성 트럭은 이미 사라진 물건이고, 소형과 준중형 트럭 시장에서 향후 등장할 가능성 있는 국내 업체로는 타타대우상용차가 유일하다. 중대형 시장에서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타타대우는 오는 2017년을 목표로 차종 개발에 나설 계획임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오래지 않아 현대차의 경쟁업체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타타대우는 새로운 생산설비에 대한 막대한 자금 투입은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 다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수출물량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타타대우의 움직임은 보다 이른 시일 내 구체화될 전망이다.

또 다른 국산 트럭 등장도 예견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인 S사는 주로 1톤 시장을 겨냥, 시장 조사와 개발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업체 외에는 이렇다 할만 현대차의 경쟁 업체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있다면 소규모의 수입업체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관심 밖이다.

할 말도 많지만 지면상 여기서 줄인다. 단지 덧붙이자면, 소비자들은 항상 다양한 선택의 폭을 원하고 있지만, 소형과 준중형 트럭시장은 정반대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면이 많은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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