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5년간 50% 급증… 택배차량은 되레 16% 줄어
자가용 → 영업용 전환 증차에도 효과 ‘제로’
택배차량 수요·공급 불균형 심각… 해결책 절실

매년 택배 물동량은 크게 늘고 있음에도, 택배차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차량의 수요 공급 불균형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재작년 1만 3,500대, 작년 1만 2,000대 등 택배업계의 강력한 요구로 두 차례의 1.5톤 미만 택배차량 증차가 있었다. 하지만 영업용 택배차량(밴형 화물차)은 정부의 신규 등록 불허로 공급이 턱없이 모자르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택배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택배 물동량
한국통합물류협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은 매년 7~8% 이상 꾸준히 성장하면서 1억 상자(개) 이상씩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국내 경제활동 1인이 택배를 이용한 횟수는 평균 61.8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대비 3.2회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증가세를 반증이라도 하듯, 지난 2014년 국내 택배시장 총 물동량이 16억 2,300만여 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9년 택배 물동량은 10억 8,000개에서 2010년 11억 9,800개, 2011년 13억 개, 2012년 14억 600개, 2013년 15억 900개로 매년 1억 개 이상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지난해는 16억 2,300만 개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택배업계 최초로 10억 개의 물동량을 넘었던 2009년 이후 5년 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5년간 5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러한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 택배차량은 되레 감소
그렇다면 택배 물동량을 실어 나르는 택배차량 증가추이는 어떠한가. 국토부에 따르면 택배 물동량을 감당해야할 택배차량의 등록대수는 오히려 매년 2.5% 이상씩 하락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009년 5톤 이하 택배차량은 자가용, 영업용 등 전체 67만 대였다. 그러던 것이 2010년 65만 3,000대, 2011년 63만 대, 2012년 60만 5,000대, 2014년 56만 대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이 중 사업 목적으로 쓰이는 영업용 택배차량 역시 2009년 2만 560대에서 2010년 2만100대, 2011년 1만 9,300대, 2012년 1만 8,700대, 2013년 1만 7,800대, 2014년 1만 6,700대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좀 더 살펴보면, 2014년과 2009년을 비교했을 때 택배물동량은 50% 이상 증가했으나, 택배차량은 16% 가량 줄었다. 상대적으로 1대의 차량이 운송하는 물동량이 더 많아진 셈이다. 수치상으로만 봤을 때 수송 업무량이 약 1.8배 가량 과중됐다. 그럼에도 택배시장 평균 단가는 2009년에 비해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두 차례의 택배차량 증차(자가용을 영업용으로 전환 방식)는 그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결론이다.

 

■ 택배시장을 떠나는 택배 기사와 차량들
택배 물동량을 늘어나고, 택배차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택배차량의 수요와 공급문제, 업무 과다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의 처우문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언젠간 ‘택배대란’이 올 가능서마저 제기되고 있다.

택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자가용 택배차량의 영업용 행위를 금지키로 하자, 자가용 택배기사들이 택배운송거부로 맞선 사례를 들며, “택배차량의 수요공급의 문제가 어떤 이해관계에 얽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택배물 수송거부 등 큰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택배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 씨는 “늘어나는 물량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부족해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택배업 종사자들의 처우개선과 택배비 현실화, 그리고 영업용 화물차 증차만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택배현장 종사자들은 1인당 월 평균 5,247상자의 택배를 취급하지만 월 평균 수입은 187만 원에 불과하다.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수입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택배 물동량이 넘쳐나도, 택배업체간의 극심한 경쟁으로 택배단가는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 기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택배차량 부족보다 택배 기사 부족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택배차량의 효율적인 신규 등록과 택배기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자는‘택배법 제정’에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택배 물동량과 택배차량의 수요 공급의 불균형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 안된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은 이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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