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자체와 밀접한 그들의 업계가 부럽다
꼬마의 미소에서 상용차 시장의 미래를 보다

[정하용 기자, 세계 최대의 상용차박람회 를 가다]는 총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질 예정이며, 1화에서는 첫째날 일정이었던 완성차 업체 위주의 취재기, 2화에서는 이튿날 일정이었던 부품업체 및 특장업 체 그리고 박람회 전경 위주의 취재기로 작성될 예정입니다. 다음 2화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난 9월 25 일 개막한 ‘2014 하노버상용차박람회(2014 IAA)’가 전 세계 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9일간의 대장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세계 최대의 상용차 박람회로 일컬어 지는 하노버 박람회 IAA (Internationale Automobil Ausstellung)는 매년 승용과 상용 부문으로 번갈아가며 열린다. 특히 독일 하노버에 마련된 전시회장은 세계 최대의 박람회 전시회장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쎄와도 그 규모를 견줄 수 있다. 그 위용을 자랑이라도 하듯 매해 최다국가, 최 다업체 참가 박람회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상용차 전문 매체인 ㈜상용차정보 역시 업계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격년마다 업체 임직원들을 모시고 참관하고 있는데, 올해에도 각 업체를 대표하는 분들로 참관단을 구성,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운(?) 좋게 본 기자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선진 제품과 기술을 눈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닿아 9월 28일, 29일 양일간 2014 IAA에 참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발 전 의아했던 건 규모가 도대체 어느 정도기에 이틀이나 박람회를 봐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서울모터쇼나 부산모터쇼는 아무리 자세히 취재해도 만 하루가 걸리지 않았던 것만 생각했을 땐, 본 기자의 우물이 너무 좁았던 것이리라. 소위 멘탈이 붕괴되기까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먼 여정 끝에 도착한 하노버 날씨는 축제를 반기기라도 하듯 맑고 쾌청했다. 이번 여정을 떠나기 전, 상용차정보가 이전에 수차례 참관했었던 사진들을 보며 어느 정도 선행학습을 한지라, 북쪽 정문 앞에 다다랐을 땐 마치 몇 번 와본 사람인 양 마냥 자신 있고 설렜다. 동행한 업 계 임직원분들과 함께 단체사진 의례를 통과하고 삼삼오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거 친 사람들만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상용차를 위한 박람회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매표소와 게이트를 가득 메우는 인파 때문이었다. 도심과는 약간 거리가 있던 전시회장에다 관람비도 13유로(한화 약 17,0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해봤을 때, 이는 굉장히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MBC 예능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대한, 민국, 만세 나이 또래의 여자 아이가 트랙터 모형을 환한 미소로 손에 쥐고 있던 모습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 이른 시간임에도 도심에서 떨어진 전시회장에 많은 이들이 표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그렇게 설렘과 놀람을 반복하며 커다란 입구를 지나며 처음 본 광경은 전시회장 사이를 메운 빼곡한 전시차량과 이를 종횡무진하며 승객 을 태우고 있는 셔틀버스 그리고 이를 가득 메운 인파였다. 이 셔틀버스를 타고 10분간 한 바퀴를 돌아봄과 동시에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지도의 척도를 머릿속에 다시 새겨 넣으며, 즐 겁지만 체력적으로 힘들 일정이 될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 하노버 전시회장의 모습

우선 입구부터 관람을 시작해봤다. 입구에서 본 두 전시회장 샛길에는 업체 구분 없이 신 형 트럭과 특장차들이 빼곡히 서 있었으며 많은 사람이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상세사양을 기록하고 트럭의 구석구석까지 꼼꼼히 촬영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 었다.  

▲ 북문에서 바라본 전시회장 사이 빼곡히 들어선 트럭들

지체하다가는 이틀도 부족할 거란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재촉해 본격적으로 전시회장 안쪽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번 IAA 하노버 상용차박람회는 총 27 개의 전시회장 중 중앙에 있는 13개의 전시회장과 중간 공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진행되었으며, 주최국인 독일의 벤츠, 만을 비롯하여 스웨덴의 볼보와 스카니아, 이탈리아의 이베코, 네덜란드의 다프, 프랑스의 르노, 대한민국의 현대 등 세계적인 상용차메이커들이 대부분 신제품을 출품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박람회와는 공간적인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확실한 영역의 구분으로 용도별, 품목별로 바이어들을 포함한 관람객들이 편하게 관람 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다. 

우선 첫날엔 완성차업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우리가 처음 들어갔던 북문과 가장 가 까운 완성차 전시회장인 17번 전시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너무나도 자연스레 트럭들과 동화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그곳엔 볼보와 그룹 계열사인 르노 트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보닛을 열고 부품들을 만지며 차량에 탑승해 이것저것 눌러보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선 트럭이 그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 볼보 전시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본 상용차와 관람객들

또한 큰 부스에는 업체별로 테마가 있는 식당들을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지치지 않고, 편한 환경 에서 즐길 수 있도록 간단한 맥주나 음식을 제공한 것이 눈에 띄었다. 트럭 바로 앞 식당에서 관람객들이 즐기는 식사 대화주제도 자연스레 눈에 보이는 트럭들일 것이 안 봐도 뻔하므로, 이 얼마나 좋은 마케팅 수단인가. 

▲ 볼보 부스 한쪽에 설치된 식당에서 내려다본 전경

볼보 부스에서 유독 기자의 눈에 띄었던 것은 배출가스를 굉장히 줄였다고 자랑하는 저상버스와 고급버스가 트럭들보다 더 많았다는 점 이다. 상용차정보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기자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이 버스 관련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이 었는데, 이러한 신제품들을 보며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배출가스 감소를 강조한 볼보의 저상버스

시간배분을 하지 않으면 이틀 내로 모두 보지 못할 거란 생각에, 아쉽지만 걸음을 재촉하여 다 음 완성차 업체였던 스카니아로 향했다. 볼보와 같은 전시회장을 양분하고 있던 스카니아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원 색으로 치장한 트럭들을 선보이며 각각의 콘셉트로 수많은 사람을 머물게 해 촬영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었다. 볼 보와 크게 다르지 않던 배출가스 감소와 연속 작업시간을 내세운 트럭과 버스들이 가득해 눈을 즐겁게 했다.

▲ 원색으로 강조한 스카니아의 트랙터들, 수많은 인파가 트랙터를 감싸고 있 다.
▲ 연료 효율성을 강조한 스카니아의 버스

한 전시회장 안의 두 대표업체를 관람하고 나니 이번 전시회의 콘셉트에 대해 감이 슬슬 잡히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전시회가 유로 6 모델에 집중했 던 박람회였다면, 이번엔 각 메이커마다 자사의 특허기술을 소개하는 한편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배출가스 감소 와 긴 작업시간을 위한 연료 효율성을 내세우는 데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를 띄운 것이다. 이는 다음 16번 전시회장에 있는 이베코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베코의 HI-SCR이 이러한 배출가스 감소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고 선진화된 엔진이라는 담 당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시선을 돌리던 중, 얼마 전 ‘2015년의 밴’으로 선정된 그 유명한 ‘뉴데 일리’를 포착할 수 있었다. 미리 숙지한 바 로는 웬만한 완성차 업체들 대부분이 새롭게 상용화될 밴들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는데, 역시나 전시회장 안과 밖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었다.  

▲ HI-SCR을 강조한 이베코의 하이랜드 트랙터
▲ ‘2015년의 밴’으로 선정된 이베코의 ‘뉴데일리’

‘뉴데일리‘의 아름다운 곡선에 감탄한 뒤 지도 상 다임러 부스를 찾기 위해 기나긴 복도를 지나가던 중 유난히 아이들이 많은 부스를 보게 되었고, 이윽고 내 입가에 미소가 새어나왔다. 그것은 바로 영화 트랜스포머에 실제 등장한 ‘옵티머스 프라임’ 트럭이었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지금 당장에라도 꼭 변신할 것만 같은 위용에 아 이들과 함께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 실제로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사용된 ‘옵티머스 프 라임’ 트랙터 버전

‘옵티머스 프라임’으로 잠시 머리를 식히기 무섭게,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긴 어두운 복도 끝에서 발견한 다임러의 전시회장을 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수많은 업체가 양분하거나 다분한 그 큰 전시회장을 다임러는 통으로 부스를 만들어 트럭과 버스 그리고 다목적 상용차와 사람들로 가득 메운 것이 다. 특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콘셉트 트랙터와 이를 소개하는 공연이 대규모로 펼쳐져 사람들이 넋을 놓고 지켜 보고 있었으며, 본 기자도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 전시회장 하나를 통째로 부스로 만든 다임러의 위엄
▲ 공개된 콘셉트 트랙터. 2016년까지 자율주행 트럭으로 운행 테스트될 예정 이다.
▲ 다임러 전시회장 한쪽에 콘셉트 트랙터를 소개하기 위한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다.

너무나도 많은 종류의 트럭과 트랙터, 버스와 승합 그리고 유니목과 엔진들이 그 넓은 전시회 장을 비좁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얻었던 것은 스프린터로 대표되는 벤츠의 승합차 였다. 언급한 바대로 이베코의 ‘뉴데일리’와 벤츠의 ‘스프린터’를 포함해 올해엔 유난히 많은 완성차업체가 승합 대결을 펼치는 양상이었다. 

▲ 벤츠의 ‘스프린터’, 밴 모델 중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 았다.

여기까지 총 4개의 전시회장을 도는데 꼬박 5시 간은 걸렸던 것 같다. 이리저리 치이며 촬영을 하고 정보들을 기록하느라 배고픈지도 몰랐다. 간단한 식사 후 만트럭버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대단히 가벼웠다. 만트럭버스 역시 다임 러와 마찬가지로 거의 전시회장을 통으로 사용했고, 한쪽에서는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MAN TGX D38을 공개하는 현장을 마련해 많은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 만트럭버스 부스 한쪽에 설치된 월드 프리미어 트랙터 공개 현장
▲ 월드 프리미어 MAN TGX D38의 모습.

업체별로 비슷한 듯 다른 상용차들을 오랜 시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약간 지루해질 때쯤, 굉장히 낯선 엠블럼이 눈에 들어왔다. 폴크스바겐 엠블럼이 박힌 만트럭과 버스를 발견한 것이다. 만트럭버스가 폴크스바겐 그룹의 계열사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대표적인 트럭 제조업체인 만트럭에서 자신의 엠블럼을 포기하고 그룹 엠블럼을 차용한 것은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이 폴크스바겐 트럭은 이번 하노버 전시회에서 공개된 많지 않은 유로 5 모델로 집중적으로 라틴아메 리카를 겨냥한 것이 특징이다.

▲ 폴크스바겐 엠블럼을 내세운 만 라틴 아메리카의 모습

또한 우리나라 이미지넥스트의 대표적인 어라운드뷰 시스템과 비슷한 버드뷰 시스템을 직접 도입한 만트럭도 공개되며 많은 이들의 관심 을 끌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트럭 주위를 서성이며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화면을 보며 신 기해하고 있었다. 미리 알아보고 방문하기를 이미지넥스트의 어라운드뷰도 이번 하노버 박람회에 참관했는데, 부스가 부품 쪽 구성에 위치해 있어 더 먼저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완성차 업체에 뒤처 진다는 느낌을 받아 아쉬움이 매우 컸다.  

▲ 버드뷰를 설치한 만트럭. 우리나라 이미지넥스트 사의 어라운드뷰와 매우 비슷하다

이렇게 박람회에 참가한 모든 해외 완성차업체들을 관람하고 찾은 부스는 바로 우리나라 대표 상용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였다. 유럽 완성차업체와 비교하면 부스 크기가 작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엑시언트로 대표되는 트랙터에 많은 관람객이 유럽 상용차 못지않게 관심을 두는 것을 보며 한편으론 뿌듯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유럽에 출시되지 않는 모델이라고 담당자가 전해와 아쉬웠다.  

▲ 현대자동차의 엑시언트 모델. 아쉽지만 유럽에 출시 계획은 없다고 한다.

이번 현대자동차가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 공개하는 모델은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가 있는 승합 모델 ‘H350’이었다. 전시된 모델은 총 4종으로 화물용, 승객운송용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이베코의 ‘뉴데일리’, 벤츠의 ‘스프린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기도 했다. 

▲ 현대의 유럽 공략 승합 모델 ‘H350’

이튿날 일정은 특장 및 부품업체들과 한국에서 진출한 업체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하며. 첫날 일정은 이렇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살펴보는 데 시간을 최대한 할애했다.

총 8시간에 걸친 관람 강행군으로 몸은 녹초가 됐지만, 눈은 굉장히 즐거웠다. 하지만 카메라 메모리카드와 수첩이 무거워져 갈수록 우리나라 상용차 발전에 대한 아쉬움은 커져만 갔다. 또한, 벌써 상용차정보가 이 IAA 하노버 박람회에 참관한 지도 10년이 넘었다지만, 현장에서 내 눈으로 선진 상용차업체들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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