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교통硏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마련
강제성 ‘안전운임제’→권고성 ‘표준운임제’로 전환
지입제 개편·번호판 장사 퇴출·직영회사 증차 허용
고유가 대응…운임-유가 연동 포함 ‘표준계약서’ 도입
의무 휴게시간 단속 강화, DTG 의무 제출 단계 확대

 

지난해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인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계속 시행을 요구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진행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화물차 운전자들의 최저운임인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고, 화물운송시장에 고착화된 '지입제도'를 대폭 수정한다.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6일 공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달 18일 공청회를 열고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을 기반으로 한다. ▲안전운임제 개선 ▲화물운송사업 체질 개선 ▲화물차주 처우 개선 ▲화물차 교통안전 확보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국토부는 화주, 운수사, 화물연대를 포함한 화물차주 및 전문가로 구성한 물류산업 발전협의체와 공청회 논의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쳐 당정협의를 통해 이번 개편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전했다.

개편안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를 계기로 시작됐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의 단순 연장만으로는 화물운송시장에 깊게 뿌리내려 있는 불공정한 관행, 제도개선이 어렵다고 판단, 안전운임제의 대폭 개선 외에도 시장 전반에 근본적 문제 해결책을 내놓았다."는 입장이다.

일몰된 안전운임제, 표준운임제로 부활 
정부는 먼저 안전운임제 명칭을 폐기하고 ‘표준운임제’로 대체한다.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일몰된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을 막기 위해 화물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급하는 화주(화물의 주인)에겐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 트랙터로 운반하는 수출입 컨테이너 및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 등 2개 품목에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새롭게 선보인 표준운임제는 안전운임제와 동일하게 컨테이너, 시멘트 2개 품목에 한정하고, 2025년 연말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하되, 성과를 분석한 후 지속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표준운임제는 안전운임제의 기본 틀은 유지했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화물차주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넘어가면 운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은 강제하지 않는다.

기존 안전운임제는 화주와 운송사 간 ‘안전운송운임’을, 운송사와 화물차주 간에는 ‘안전위탁운임’을 정해 강제하는 구조다. 표준운임제는 운송사와 차주 간 운임은 강제하지만,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은 강제하지 않고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매년 공포한다. 이에 따라 화주는 정부가 정한 운임에 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임을 정해 운송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고정된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한 운송사에 대한 처벌은 시정명령부터 내린 뒤 과태료를 점차 올려서 부과하는 방식으로 완화하며, 화주에 대한 법적 처벌은 화물차주와 직접 계약한 경우로 한정한다. 

아울러 표준운임을 정하는 운임위원회 구성도 바꾼다. 종전에는 공익위원 4명과 화주대표 3명, 운송사 대표 3명, 화물차주 3명으로 구성됐으나 운송사와 화물차주의 이해관계가 비슷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화주 측의 불만이 컸다. 앞으로 운임위원회는 공익위원을 6명으로 늘리고 화주 3명과 운송사 3명, 화물차주 2명으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번호판 장사하는 지입회사 철퇴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으로 장사만 하는 ‘지입회사’ 개선 방안도 나왔다. 

운송사 본연의 역할인 운송 일감을 제공하지는 않으면서 위·수탁료만 받는 지입회사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입제는 화물차주 소유의 화물차를 지입회사에 등록하고 회사 이름으로 차를 운행하는 방식으로,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운행되는 화물차의 92.5%가 지입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지입회사 개선안은 영업용 번호판의 신규 발급이 제한된 것을 악용해 번호판 대여 장사로 이익을 갈취하는 지입 업체들 때문이다. 지입회사들은 화물차주들에게 2,000만~3,000만 원의 영업용 번호판 사용료와 함께 월 20만~30만 원가량의 위·수탁료를 받는 등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운송사에 최소운송의무를 두고 이를 위반 시 번호판을 회수해 보유 화물차를 감차시킬 계획이다. 회수한 번호판은 해당 운송사에서 번호판을 빌려 쓰던 차주가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일감 제공 없이 위수탁료에만 의존하는 지입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당하면 화물운송시장 내에 만연한 번호판 사용료 미반환, 대·폐차 비용 요구 등 부당한 관행이 근절되고, 화물차주는 불필요한 비용이 감소해 소득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아울러 운송사에 일정 비율 이상 운송물량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최소운송의무 실적관리 범위를 차량 단위로 개편하고, 직접운송의무가 없는 운송사에도 최소운송의무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한 운송사가 직접 차량 및 화물차주를 관리하는 직영운영의 확대 유도를 위해 차종별·톤급별 간 교체범위를 완화하고, 차량을 교체할 때 톤급 상향범위도 확대하여 차종과 관계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표준운임제는 안전운임제와 동일하게 컨테이너, 시멘트 2개 품목에 한정하고 2025년 연말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된다.

화물차주 정당한 소득 보장 
국토부는 화물차주들의 정당한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화물운임-유가 연동제, 화물정보망 관리 강화, 금융 지원 등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유가변동에 취약한 화물차주 소득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운임-유가 연동제를 포함한 표준 계약서를 도입해 일정 기간 이상 운송계약에는 유류비 변동 폭을 운임에 연계하고, 최소 계약기간 등도 포함할 계획이다.

화물차주의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운수사가 화물차주에게 발급하는 화물위탁증에 화주의 운임 또는 거래 단계 이력 등을 명시하도록 하고, 화물중계플랫폼의 인증 제도를 강화해 공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화물차주를 위한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화물차를 구입할 때 취등록세(공급가의 4%) 감면 및 부가가치세 면세, 유가보조금 지급 확대 등 지원책도 제시됐다. 이 외 화물복지재단 수요 맞춤형 사업을 확대 운영해 화물차 저리 대출, 건강 검진비 등을 지원받도록 한다.

강화된 법규로 화물차 교통안전 확보 
국토부는 행정 처분 및 법 집행 강화를 통해 화물차 관련 교통안전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간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화물차 의무 휴게시간(매 운행 2시간15분마다 휴식)에 대해서도 강력히 단속한다. 화물차주가 의무 휴게시간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운행기록(DTG) 기록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는 화물차주에게는 행정처분을 내린다.

다만, 화물운송사업자는 여객과 달리 운전자 휴게시간 보장 내역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토부는 디지털운행기록(DTG) 자료 제출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화물차 적재함 고정장치(판스프링) 낙하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불법 개조 화물차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및 형사 처벌 등 제재를 강화한다.

그 밖에도 과적을 강요하거나 요청한 화주 및 운수사에 대한 행정처분 규정 등도 신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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