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전기상용차를 살릴 것인가?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 에코드라이브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주도로 그린카 프로젝트를 민관 합동으로 연구하도록 지원하는 등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기 승용차 시장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만 전기 상용차시장의 경우에는 다소 덜 하다는 느낌이다.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이뤄지는 탓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 사진은 (주)한라씨녹스에서 출품한 전기상용차

중소 전기상용차업체의 약진
2010 부산국제모터쇼에 수입차 업체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자연스레 ㈜파워프라자, ㈜한라씨녹스 등의 중소 전기자동차 업체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관심을 끄는 업체로 ㈜파워프라자의 경우 기존의 트럭이나 미니버스 등의 상용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업체로 GM대우의 다마스와 라보, 기아자동차의 봉고3의 엔진과 내연 기관 부품을 전기차용으로 개조해 출품했다.

일반 상용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데 드는 비용은 1200만원 선이다.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연구개발을 통해 더 보완하고 대량 생산체제만 갖춰진다면 훨씬 더 저렴해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한 라보의 경우 엔진 및 내연기관 부품을 전기 시스템으로 바꾼 친환경상용차로 20kw의 영구자석 동기모터가 탑재돼있다. 1회 충전으로 80km를 최고 속도 110km로 주행할 수 있다. 1회 충전하는 4시간이 소요된다.

㈜한라씨녹스는 미국 밴티지(Vantage)사의 100% 전기상용차를 출품했다. 밴티지사의 전기상용차는 주로 화물이동수단으로 미국 내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차체를 가벼운 강화플라스틱이 아닌 일반차량과 같은 철판으로 만든 것이 특징으로 동급 휘발유차에 비해 1/6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속도는 60km 정도로 저속 수준 상태. 현재는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하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날 경우 국내에서 자체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가격은 2천만 원 대.

갈길 먼 전기상용차 시대,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
하지만 갈 길이 너무나 멀다. 전기차로의 교체비용도 그렇고 수입차량의 비싼 가격도 그렇고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부담감만 느껴질 상황. 친환경 에너지를 통해 지구 살리기라는 중차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고 당장의 초기 부담보다는 장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끈기와 인내를 가지지 않으면 정말 현실적으로 불가한 상황이다. 승용차를 중심으로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배터리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몇 배, 수십 배의 용량이 필요한 상용차용 배터리에 대한 연구는 요원한 상태이다.
상용차는 알다시피 생산을 위한 소비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전기상용차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정부로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다.

▲ 사진은 (주)파워프라자의 전기자동차용으로 개조된 라보트럭

상용차의 경우 연료비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현안이다. 화물차운전자들을 유가급등으로 인해 유류비 지출액이 총 지출액의 60%에 근접하는 악순환에서 탈피케 하고자 국토해양부가 ‘LNG 화물자동차 전환사업’을 실시했지만 충전소 문제도 그렇고 LNG 가격도 상승하는 탓에 사업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상용차를 거론하는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LNG교체 사업보다는 사업의 방향을 바꿔 하이브리드나 전기 상용차 교체 사업으로 모든 지원을 돌리는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나 초기 비싼 차 값과 충전소 문제만을 걸고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도하지 않은 것은 시도하는 것보다 비싼 비용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누가 전기자동차를, 아니 전기 상용차를 살릴 것인가?’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본 다큐가 있다. 바로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라는 제목으로 90년대 중반 오염이 심해진 캘리포니아주의 전기자동차 진흥 법안에 따라 GM에서 EV1이라는 전기차를 개발하게 된다. 한번 충전하면 130km를 주행할 수 있는 차로 톰행크스와 멜깁슨도 EV1을 애용할 정도로 소음과 오염도 없고… 그러나 GM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슬그머니 모든 EV1을 회수해 폐차시키고 만다.
그리고 우연인지는 몰라도 캘리포니아주는 미연방정부의 고소로 인해 전기차 법안을 폐기하게 된다. 이 때문에 EV1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기가 막힌 또 하나의 우연으로 미연방정부의 부시대통령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장려하게 된다. 쉘, 텍사코, 모빌 등의 부시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정유사가 그 협력사가 된다.
이미 개발된 전기차를 폐기하고 몇 십 년이 걸릴 지도 모르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려는 그 의도는 초등학생도 알아차릴 것이다.

이 다큐는 전기자동차를 죽인 범인으로 석유회사와 자동차회사, 미국연방정부, 캘리포니아주, 소비자, 수소연료전지를 지목하면서 끝난다. 다큐를 보면서 오늘의 현실은 아니겠지, 미국만의 문제겠지, 과연 전기차는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설마, 우리의 정부는 미국처럼 석유회사, 자동차회사에 휘둘리지는 않겠지. 전기차는 그린카 4대 강국을 선언한 정부차원에서 꼭 살리겠지? 꼭 그렇겠지?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