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의 시승체험] 스카니아 중형트럭 P280
묵직한 신입생…중형으로 체급 조절해 국내 상륙
오토홀드·클러치 온 디맨드 등 최신문물 들여와
수입트럭 간 경쟁우위 판단 속 국산 장벽에 도전

길고 넓게 뻗은 전면부 그릴은 대형트럭에서 볼 법한 웅장함을 자아낸다.
길고 넓게 뻗은 전면부 그릴은 대형트럭에서 볼 법한 웅장함을 자아낸다.

스카니아코리아는 변화한 시장을 감지하고 지난 4월 새로운 중형트럭 스카니아 P280을 내놓았다. 

P280 모델은 기존 중형트럭에서 보기 어려웠던 고급화된 사양으로 무장하고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카니아는 차별화된 실내와 첨단사양이 적용된 이번 모델을 두고 프리미엄 중형트럭 시장을 정조준했다고 한다. 

기자는 경남 사천에 위치한 스카니아 공장에서 P280 모델을 직접 타볼 기회를 가졌다. 과연 P280 모델이 프리미엄 중형트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형트럭에 준하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 또 국내 중형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꼼꼼하게 짚어봤다.
 

 

대형 캡으로 대형 맛을 내는, P280 
전면부 디자인을 보면 대형트럭 분야에서 인기를 끌었던 P캡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6시리즈(PRT-Range 2세대)의 패밀리룩을 계승한 모습으로 스카니아의 일원임을 당당히 말한다. 특히 길고 넓게 뻗은 전면부 그릴은 대형트럭에서 볼 법한 웅장함을 자아낸다. 

외관에서 전해지는 캡 크기가 범상치 않음이 느껴지는데 차량 내부로 들어가면, 캡의 크기가 기존 중형트럭보다 넓다는 걸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여유로워 보이는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을 확보했으며 뒷좌석의 휴식 공간도 제법 넓어, 왠만큼 큰 성인남성이 누워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운전석은 차량의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신경을 쓴 모습이다.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된 시트도 이용자의 편의에 따라 소프트·하드한 느낌을 섬세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시트를 세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용자가 강하게 체감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승용차에 익숙한 기자에게 P280 모델에 적용된 6.7ℓ엔진의 280마력 출력에 대해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스카니아 엔진 특성상 마력 대비 높은 토크를 발휘하는 만큼 엔진출력에 불만을 표할 화물차주는 없을 것이라 전했다. 이외에도 국내 화물차 운전자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일부 사양을 추가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선 외부 사물함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차량을 딛고 올라가는 디딤판을 신발장처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정비센터에서 따로 발판을 판매해 디딤판을 신발장처럼 쓰는 것도 문제가 없도록 했다.

뒷 섀시 프레임은 각종 특장용도로 적용하기에 튼튼해 보였다.
뒷 섀시 프레임은 각종 특장용도로 적용하기에 튼튼해 보였다.

첨단 기능으로 안전 주행과 간편한 운전
대개 트럭 운전은 기어 레버 조작이 익숙해야 적응하기 쉬운데, P280은 칼럼 방식의 기어를 적용함으로써 쉽게 조작하고 변속 타이밍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다. 승용차 레버보다 중립(N), 드라이브(D), 후진(R) 조작이 간편했음은 물론 승용차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변속이 이뤄졌다.

주행 코스는 스카니아 사천 공장에 있는 트랙을 돌았다. 트럭 핸들링이 익숙하지 않아 좌회전·우회전 시에는 다소 당황했지만 과거 수동변속기를 쓰면서 액셀을 밟아야했던 트럭에 비해 주행이 훨씬 간편했다. 

트랙을 두 번 도는 동안 동승한 트레이너는 P280만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소개했다. 차별화된다고 느낀 기능은 ‘오토홀드(Autohold)’와 ‘클러치 온 디맨드(Clutch On Demand)’ 두 가지다. 

오토홀드는 차량이 멈췄을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지 않아도 차량이 정지 상태로 유지되는 기능이다. 경사면에서 멈춰보라는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브레이크를 밟은 뒤 트럭이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계속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 

계기판 옆에 오토홀드(Autohold) 기능이 장착되었다.
계기판 옆에 오토홀드(Autohold) 기능이 장착되었다.

 

오토홀드 기능을 활성화하고 “브레이크에 발을 떼보세요.”라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지만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들어 올렸을 때, 공차중량만 수십톤에 이르는 트럭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승용차에서는 보편적인 편의사양이지만 트럭에서는 아직 접하기 어려운 사양이다.

이어 트럭 상하차 시 미세한 움직임을 돕는 클러치 온 디맨드 기능을 써보았다. 왼발은 클러치를, 오른발로는 액셀을 동시에 밟자 트럭은 꿀렁임 없이 짧은 거리를 이동했다. 승용차 레버를 드라이브(D)에 놓고 엑셀을 밟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미세한 이동 감각이었다. 정밀한 주행이 필요할 때 도움되는 기능이다.

스카니아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운전대
스카니아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운전대

가격보다 가치 경쟁으로 승부한다
여태껏 중형트럭에 없던 기능이 붙고 프리미엄이라는 명칭을 강조하는 만큼 가격에 대해 궁금할 수밖에 없다. 

P280의 차량 가격은 차량 가격은 수입 경쟁 모델과 유사한 1억 원 초반대로 가격 경쟁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다만 7,000만 원 대로 출발하는 현대차 준대형트럭 파비스(PAVISE)와의 가격 대결에선 열세다. 초기 비용이 높을 수 있다는 건 스카니아도 인정하는 부분. 스카니아는 고객이 느낄 초기 부담을 3년 이상의 높은 품질로 보전할 계획이다. 초기 비용을 넘어 낮은 유지비용을 통해 3년 후엔 금전적으로도 스카니아 P280을 구매했던 게 이득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계획이다.

가격 파괴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을 화두로 던진 스카니아의 프리미엄 중형트럭. 중형트럭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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