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증차 늘고 공번호판 과다 프리미엄 거래 발생
단속·처벌이 능사로 자리잡은 듯…근본 대책 절실

사업용(영업용) 화물차량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뀐 지 어느덧 10년째를 맞았다. 신규 화물자동차 공급이 제한되자 처음에는 적당히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맞춰가던 화물운송시장이 이내 차량 과부족 현상으로 여러 부작용을 토해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 것이 불법증차. 근본적인 대책은 없고 단속과 처벌만이 능사로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공번호판에 대한 과다 프리미엄 역시 새로 화물송업을 하고자 하는 화물차주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용 화물차량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지난 2004년 정부가‘화물차운수사업법(이하 화운법)’에 따라 사업용 화물차의 신규 등록을 엄격히 제한하기 시작했다. 시장 내 화물차 공급이 무차별적으로 많아지자 수급불균형이 심각해진 데다 과다한 경쟁을 조장해 운송원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시 화운법을 발표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화물차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일반(5톤 이상), 개별(1~5톤), 용달(1톤 이하) 등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 처음 공표했던 시행기한은 2005년 말까지였으나 국토부는 화물운송시장 안정과 수급균형 유지, 국민 불편 최소화 등을 명목으로 10년째 신규 등록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지난해 1.5톤 미만 사업용 택배차량에 한해 총 1만 3,500대 이내에서 신규 등록을 허가하며 제한적으로나마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급성장한 택배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신규 등록 허가를 받는 조건 역시 다소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여전히 공급이 제한되고 있는 2톤 이상 화물차량의 경우, 화물이 증가한 데 비해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오랜 기간 동안 신규 차량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만큼 공급 과부족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화물운송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불균형상태가 지속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규제할수록 불법증차 유형 더 다양해져

처음 화운법이 실시되자 화물차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번호판이 보이지 않게 이물질 등을 묻혀 운행하는 불법차량이 늘어났다. 결국 국토부는 2007년 모든 사업용 화물차에 대해 새로운 번호판(노란 바탕에 검정 글씨)으로 의무교체를 실시, 정부로부터 등록 허가를 받지 못한 차량을 색출하는 강수를 뒀다.

대대적인 번호판 교체를 통해 불법적인 증차를 막는 듯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다양하고 지능적인 방법으로 각종 불법증차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사문서 위·변조를 통한 불법증차이다.

대·폐차 수리과정에서 사문서를 위·변조해 특수용도형 화물차를 일반 화물차로 변경하고 운행하는 것으로, 청소용 또는 유류수송용과 같은 특수용도형 차량은 증차가 허용되는 법의 맹점을 악용한 방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브로커와업체등이고의로‘대·폐차신고서류’, ‘대·폐
차수리통보서’, ‘자동차등록증’, ‘자동차등록원부’ 등을 위·변조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에 뇌물을 수수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해 서류 위조 등을 통해 화물차 1,100여 대를 불법증차한 운송업자에게 뇌물을 받고 그를 묵인한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사문서 위·변조를 통한 불법증차는 일선 지자체와 국토부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은 화물차단체의 묵인 없이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무원들과 협회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폐차 과정에서 위 사례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으로 불법증차가 이뤄지기도 한다. 대·폐차 시차를 이용한 방법으로, 사업용 화물차 대·폐차 신청 후 처리기간(신고서가 수리된 날부터 6개월) 내에 동일차량을 타 지역(시·도 간)으로 양도·양수하는 것이다. 이때 양도·양수 횟수만큼 차량이 증차된다. 또는 대·폐차 신청을 한 동일차량을 다른 사업자에게 이전등록하거나 신규번호판이 나온 후 이전등록을 취소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ㄷ운수 등 3곳이 화물차를 구입해 특수용도차량으로 허위 등록한 뒤 이를 폐차신고하고 실제로는 폐차하지 않은 채 화물차영업을 하는 수법으로 100대를 불법증차했다.

또한, 2007년에는 김모씨 등 화물차 운송업자 3인이 특수 화물차량 17대를 이용해 전주와 무주, 완주 등에서 일반 화물차량 번호 283개를 허가받은 후, 운수업체와 지입차주 등에게 번호판을 판매해 7억 4,000여 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해 검거된 바 있어 대·폐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증차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이밖에도 자동차 번호판을 허위로 분실신고하거나 절도하는 방법이나, 특수용도형 화물차의 장치 등을 불법으로 탈·부착해 사업용 일반 화물차로 변경, 운행하는 방법으로 불법증차가 이뤄지기도 한다.

불법증차 문제가 지속되자 급기야 국민권익위원회가 사업용 화물차 불법증차 방지 개선 권고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대·폐차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폐차 업무가 이원화된 것을 큰 원인으로 추정, 대·폐차 관련 행정업무를 일원화할 것을 권고했다. 대·폐차 신고수리 업무는 각 시·도 화물협회에서 수행하고, 등록업무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고 있어 불법증차에 여지를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폐차 처리기한 단축 및 처리기간 통일, 대·폐차 관련서류 보존기간 마련 등을 제안했다.

이에 팩스나 우편으로 대·폐차 수리결과를 송부·보고했던 방법을 온라인으로 전환·처리하는 등 정부의 대·폐차 처리시스템이 다소 개선되었으나, 점점 그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불법증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무원 김모씨가 화물차 400여 대를 불법으로 증차해주고 6억여 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사건을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울의 또 다른 구청과 경북, 전북 등지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700여 대의 불법증차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단순히 불법증차를 방지하며 불법으로 운행되는 차량을 잡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권익위는 현재 운행 중인 사업용 화물차는 약 40만대로, 이 중 불법증차된 차량은 약 10% 가까운 3만 5,000대에 달한다고 밝혀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불법증차 차량들은 모르고 구입한 차주에게 불이익을 주고, 유가보조금을 불법으로 수령하는 등 화물운송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원인이 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번호판 많게는 몇천만원의 프리미엄

이밖에도 권익위는 또 하나의 문제를 지적했다. 사업용 화물차의 운행근거가 되는 번호판이 많게는 몇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를 악용한 브로커들이 부당이득을 누려왔다는 것이다.

실제 사업용 화물차 번호판은 개당 약 1,200만원~3,5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5톤 미만 사업용 1,200~1,300만원, 5톤 이상 1,700~2,500만원, 견인용 트랙터 3,500만원 정도로 파악됐다.

국토부의 2014년 화물차 공급기준은 아직 고시된 바 없으나, 1.5톤 미만 택배차량에 한해 자가용의 사업용 전환형식으로 작년과 비슷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공급기준 역시 지난 10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화물운송시장에서 차량공급 과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데다 신규 진입을 원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넘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공급기준을 완화해 탄력적으로 운용해야할 때라는 화물운송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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