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안전시스템 필요하다…하지만 사용할지는 ‘글쎄’


국내 화물차(트럭) 운전자들 중 상당수가 안전시스템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만 실제 장착으로 이어지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의무화된 디지털운행기록계나 최고속도제한장치 역시 보급화되어 있지 않는 실정이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의무화규정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본지의 창간 4주년을 맞아 지난 3월 4일부터 11일까지 서부화물트럭터미널, 인천내트럭하우스 등 수도권 일대의 운송현장에서 운전자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게 화물차 관련 정보가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2015년부터 적용되는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 6’ 관련 정보는 운전자들 사이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었다.

안전시스템, 필요하지만 장착은 아직…
화물차 운전자들 중 과반수가 안전시스템의 필요성을 실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운행 시 안전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 150명 중 52%(78명)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저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28%(42명)였으며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20%(30명)에 그쳤다.

그러나 <실제 차량을 구입할 때나, 별도로 돈을 들여 안전시스템을 장착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사용한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18%(27명)밖에 되지 않아, 실제 안전시스템을 장착해 사용하고 있는 운전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안전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답했던 응답자들 중에서도 단 27%(21명)만이 안전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었다.

 
 

운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안전시스템의 종류 역시 한정적이었다. 지난 2010년 ‘교통안전법 시행령’에 따라 장착이 의무화된 디지털운행기록계가 33%(9명), 대형사고와 직결되는 졸음운전방지장치가 44%(12명)로 그나마 찾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와 자동차안정성제어장치가 각각 11%(3명)였으며, 최고속도제한장치나 차로이탈경고장치 등은 장착된 차량을 발견하지 못했다.

현재 차량 안전시스템은 정부 차원에서 일부 의무화를 추진했거나, 의무화 예정에 있다. 이에 <차량 안전시스템 의무화규정에 해당하는 차량이라면, 이를 잘 지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52%(78명)가 ‘잘 지키는 편’이라고 답했으며, ‘잘 지키지 않는 편’이라 답한 응답자가 12%(18명), ‘그저 그렇다’는 36%(54명)였다. 의무란 단어 그대로 꼭 지켜야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절반에 달하는 운전자들이 안전시스템 의무화규정에 따르는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안전시스템 의무화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 편이거나, 그저 그렇다고 답한 운전자 72명에게 <의무화규정을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42%(30명)가 ‘자체적으로 안전운전을 하기 때문’, 8%(6명)가 ‘귀찮아서’라고 답했다. 특히 50%(36명)가 ‘의무화규정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고 답해 운전자들에게 안전시스템 의무화규정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응답자 92%, ‘유로 6’ 모른다

 
 

정보의 단절은 위에서 언급한 안전시스템 의무화규정뿐만 아니라 새로 적용되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 6’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부터 ‘유로 6’ 차량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란 질문에 응답자 대부분인 92%(138명)가 ‘모른다’고 답했다. 사실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나 안전시스템 의무화규정 등은 정부의 강제 조항으로 시행 시점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운전자 대부분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찾아봐야 알 수 있는 정보인 셈이다.
특히 환경 및 안전에 대한 강제 조항은 단순히 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운전자들로서는 찻값인상이나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별로 달갑지 않아, 그러한 정보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있고, 관련 정보를 제대로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유로 6’의 경우 해당 차량이 아직 한국에서 출시되기 전이고, 현재는 실물을 볼 수 없어 베일에 싸여있는 것도 ‘유로 6’에 대한 인식 부족 원인으로 파악됐다. 결국 국내 및 수입 상용차 업체들은 이미 ‘유로 6’ 규정을 충족하는 차량 개발을 완료한 상태지만, 금년 말 이후부터 출시될 예정인 ‘유로 6’는 그 때까지 업체들의 공개시점 전략과 맞물려 정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 설문에 응하고 있는 화물차 운전자

만족스럽지 못한 현재 차량, 국산차량 비중이 더 높아 

 

 화물차 운전자들의 대다수가 현재 운행하고 있는 구입차량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현재 운행 중인 차량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4%(36명)만이 ‘만족한다’라고 응답한 반면,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한 운전자는 약 2배인 40%(60명)에 달했다. 또한 36%(54명)가 ‘그저 그렇다’라고 답해 전체적으로 구입차량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흥미롭게도 국산차량과 수입차량에 대한 차량만족도가 꽤 큰 차이를 보였다. 국산차량과 수입차량의 운전자들에게 각각 차량만족도를 물은 결과, 국산차량 운전자 108명 중 14%(15명)만이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수입차량 운전자는 42명 중 50%(21명)가 만족감을 표현했다. 국산차량의 경우 ‘만족하지 못한다’가 절반에 가까운 47%(51명)에 달해 국산차량 운전자들이 수입차량 운전자들에 비해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차량만족도에 대한 기준으로는 연비가 우선순위로 꼽혔다. <차량만족도의 기준을 든다면 무엇인가>(복수응답)에 대한 질문에 27%(81명)가 ‘연비’를 택했다. 그 뒤를 이어 ‘성능’이 20%(60명)를 차지했으며, ‘가격’과 ‘고장’ 역시 각각 16%(48명)로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 중 ‘고장’을 선택한 48명 가운데 국산차량 운전자가 45명에 달했으며 이들 모두 현재 차량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 (64%, 27명)거나 ‘그저 그렇다’(36%, 15명)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표본의 수에 한계가 있어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이밖에도 ‘애프터서비스(A/S)’가 14%(42명), ‘국산’이 3%(9명), ‘수입산’이 2%(6명), ‘안전’과 ‘중고시세’가 각각 1%(3명)로, 차량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실시하는 설문조사 결과 늘 상위권을 기록했던 연비가 2014년도 변함없이 가장 높은 선택을 받아 그 중요도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연비’
화물차 구입 관련 질문에서도 화물차 운전자들이 최우선으로 꼽은 항목은 연비였다.
<차량 구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복수응답)를 묻자 응답자 중 35%(105명)가 ‘연비’를 선택한 것. 다음으로는 ‘가격’이 26%(78명), ‘엔진성능’이 15%(45명), ‘애프터서비스(A/S)’가 11%(33명)로 뒤를 이었다. 운전자들의 생업을 위해 운행되는 화물차의 특성상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연비가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3년 동일한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을 당시 ‘외관’과 ‘중고시세’, ‘브랜드’는 1~2%를 기록해 차량 구입 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외관’과 ‘중고시세’가 단 한 표도 얻지 못한 반면 ‘브랜드’는 24명의 선택으로 8%를 차지했다. 이는 차량을 구입할 때 선호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운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 설문조사 결과 화물차 운전자들은 차량 구입 시 연비, 가격, A/S 순으로 중요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져보고 사고 싶어도 선택권 없다’ 50%
화물차 브랜드는 크게 국산차량과 수입차량, 둘로 나눌 수 있다. 국산차량과 수입차량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기 위해 <차량 구입 시 국산차량, 수입차량 선택을 고민하는가>에 대해 질문한 결과 ‘고민한다’가 42%(63명), ‘고민하지 않는다’가 51%(81명)으로 집계됐다. ‘그저 그렇다’는 4%(6명)이었다.
단순한 수치상으로는 고민하지 않는 운전자가 과반수를 차지하지만, 국내 화물차 시장에 다마스·라보 등 경상용차와 1~4.5톤급 중형 및 준준형 이하 트럭은 수입차량이 거의 없어 고민의 여지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운전자들이 국산차량과 수입차량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에 ‘고민한다’고 답한 63명의 응답자에게 <국산차량과 수입차량 중 선택을 고민하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물었다. 선택의 기준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29%(36명)를 차지한 ‘성능’이었다. 운전자들이 브랜드별 성능 부분에서 많은 차이를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비’와 ‘가격’도 각각 21%(27명)로 그 뒤를 바짝 쫓아 두 항목 역시 차이성을 보이는 항목임을 나타냈다. 이밖에도 ‘사후 서비스 및 부품가격’(12%, 15명), ‘각종 안전 및 편의장치’(7%, 9명), ‘무상보증내용 차이’(5%, 6명), ‘금융조건과 중고시세’(각 2%, 6명) 등이 있었다.

그러나 <차량을 구입하고자 할 때 국산차량과 수입차량의 선택 폭이 넓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50%(75명)가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하다’, 30%(45)가 ‘그저 그렇다’고 답해, 정작 국산차량과 수입차량을 두고 고민할 수 있는 선택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선택의 폭이 넓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0%(30명)에 불과했다.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하다거나 그저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 ‘원하는 수준의 차량이 다양하지 않아서’(45%, 54명), ‘트럭시장이 덜 개방되어서’(30%, 36명), ‘동일 차급이라도 가격차이가 심해서’(20%, 24명)라고 이야기했다.

 

국내 상용차 시장의 규모는 점점 확대되고 있으나, 화물차 운전자들은 여전히 차량 선택에 있어 제한적이라고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운전자들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차량을 찾아보기 어렵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앞으로 차량 구입을 희망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상용차량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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