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중 정부입장 예상…우선 택배차량 대상
他차종 확대가능성도…운송업계 반발 불보듯

금년도 영업용 화물자동차 증차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증차문제를 놓고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택배업계와 화물운송업계,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입장정리가 곧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차량 부족을 호소하는 택배업계와 과잉공급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화물업계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8년째 증차를 제한해 온 국토부가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증차냐, 아니면 동결이냐를 놓고 2012년도 증차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올들어서도 몇 차례 연기한 경우를 볼 때 더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고시내용은?…민감한 양 업계
‘2012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 공급기준’(이하 공급기준) 고시가 공식 연기됐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각 지자체 및 운수사업자단체에 시달했다. 국토부는 공문을 통해“화물차운수사업 공급기준심의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용달화물연합회 등에서 공급기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 이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어서 부득이 2012년 공급기준 고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2년 공급기준’은 별도의 고시 전까지는 일단 2011년의 공급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어떠한 형태의 고시내용이 발표될 지 택배업계와 화물운송업계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가 고시하는 공급기준에 따라 향후 이해가 상반된 업계 종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차량부족 문제를 제기해 온 택배업계는 택배기사들의 과도한 업무량, 자가용 택배차량의 근절, 배송의 효율화 등을 위해 차량을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증차만은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화물운송업계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의 감소, 차량과잉 공급에 따른 수익저하, 화주의 과적 압력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공급제한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현재까지 첨예하게 대립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단 드러난 정부의 증차계획
국토부는 지난 1월 15일 열린 화물차 공급기준심의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국내 영업용 화물차의 수급량이 1만5,000대 가량 부족하다는 교통연구원의 연구결과를 거론했다. 이를 근거로 2012년도의 화물차 공급기준을 5톤 미만 일반 화물차를 늘리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함께 전했다.

택배차량의 부족이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여기에 국토부가 택배차량 부족 현상에 대한 대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더해지자 증차를 요구하는 택배업계에서는 일말의 기대감을, 증차를 반대하는 화물운송업계에서는 심각한 불안감을 표했다.

택배업계는 국토부의 입장대로 택배차량의 신규허가가 늘어나길 바라고 있다. 택배차량은 영업용 화물차로 분류돼 일반 개별 화물차량과 같은‘화물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토부 공급기준 고시에 영향을 받아 2004년 이후 신규등록이 제한돼 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이소화해야하는 택배물량은홈쇼핑, 인터넷쇼핑 등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연 10%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물류량이 늘어나는데 차량은 신규 허가가 나지 않아 절대량이 부족한 상태다. 업계 전반적으로 2만여대 가량의 차량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전했다.

그러나 화물운송업계에서는 택배차량이 영업용 화물차로 분류되는 현실에서 택배차량을 늘리는 것은 곧 영업용 화물차를 늘리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물동량 감소가 예상되고 유류비가 폭등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영업용 차량을 늘리는 것은 곧 과거에 있었던 정책실패를 재현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화물운송업계를 대변하는 화물연대는 “증차는 화물운전자의 생존권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총 파업이라는 카드를 거론하면서까지 증차에 반대하고 있다.

화물운송업계, “증차 시 총파업 불사”
지난 2월 화물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표준운임제 법제화, 산재보험 전면적용, 운송료 인상, 증차 중단, 운수사업법개정 등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도 참여율 56.7%에 찬성율 80.6%로 총파업이 가결되는 등 증차의 문제는 곧 생존권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화물연대 측은“국토부가 택배 대기업의 이윤을 위해 화물차량의 증차를 시도하고 있다”며 “ 택배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차량을 늘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같은 요구사항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면 총파업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치권으로 확산된 논쟁
전국용달연합회는 최근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 의장을 찾아 ‘택배차량 증차 요구’의 저지를 호소해 “택배차량 증차가 없도록 힘쓰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또 “택배업계의 차량부족 현상은 과도한 단가 경쟁 및 무리한 물량확보 경쟁에 기인한 것으로 택배 배송기사 1인이 하루 150~200박스를 처리토록 하는 등 과다 작업량을 배송기사가 견디지 못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택배업체들이 배송차량이 부족해지면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는 행태’나 ‘시중에서 구입이 가능한 사업용 차량의 매입보다는 증차에 중점을 두는 점’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반면 증차를 찬성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영업용 택배차량이 시장에 추가 공급돼야 물류 유통산업이 강화될 수 있다는 골자의 건의안을 정치권에 전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회원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투자활성화와 고용확대를 위한 정책 건의문’을 보면 성장기반 조성, 질 좋은 일자리 창출, 기업친화적 법제환경 정비등 10대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27개 세부과제로 구성돼 있다. 이중, 유통물류산업 선진화 목표에 따른 실천과제에는 ‘택배증차허용’, ‘ 3자 물류활성화’, ‘세제 및 인력지원’이 명시돼 있어 증차를 요구해 온 택배기업들의 입장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택배차량의 증차요구가 정치권에 까지 확산된 양상이다.

국토부, 증차로 가닥 잡을 듯…6월까지 표명
그동안 증차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던 국토부가 최근에는 물류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를 밝히고 나섰다. 한미 FTA의 시행과 국제경제 불황을 타파하기위해 물류산업 관련 법을 개선하고 대대적인 지원과 투자를 계획하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현황 파악을 위한 연구용역은 물론 각계 인사들을 모아 의견을 수렴하는 등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움직임도 자주 보인다.

증차와 연계되는 국토부의 일련의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 ‘공급기준’고시가 이례적으로 미뤄지고 있고 국토부의 변화된 입장까지 감안한다면 택배차량 증차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국토부가 6월까지 택배산업 안정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택배산업 제도화 및 증차, 택배서비스 향상 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기존 화물업계의 반발이 거세기에 고시시기와 증차규모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택배차량 증차문제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영업용 화물차에 대해서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올해 안에 증차에 대한 방향이 정책이 결정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임성윤 기자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