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수입 절반 유류비로 지출, 대책없어 한숨만

조용히 오른 듯하면서 어느 새 리터당 1800원↑
바이오디젤 면세종료, 미-이란 분쟁도 악영향

2011년 사상 초유의 상승폭을 기록한 경유가격이 2012년 들어서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연초부터 1,700원대 이상의 기존 가격대를 유지하더니 새해가 된지 불과 보름만에 1,800원을 돌파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011년 1월 16일 현재 전국 주요소의 평균 경유가격은 ℓ당 1,802.04원으로 10일째 지속 상승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2011년의 연평균 경유가격 ℓ당 1745.71원을 넘어선 것은 물론, 2011년 최고가였던, 1,801.84원 보다도 높다. 작년 1월의 1,620.19원과 비교하자면 181.85원이나 오른 것으로, 1.884.32원을 기록한 서울 지역의 경유가격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강한 상승국면을 나타냈다.

바이오디젤 면세종료…기름값 상승 원인 가세
이같은 경유가격 상승의 요인으로는 국제 유가의 상승,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이란산 원유 수입의 차질 등 몇 가지 사항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행되는 바이오디젤의 의무사용 정책이 기름값 상승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말‘석유제품의 품질기준과 검사방법 및 검사수수료에 관한 고시’를 일부 개정하면서 경유에 2%의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5% 이하 혼합률을 유지하며 자율적으로 시행해 왔으나, 금년부터는 2% 이상 5% 이하 수준의 바이오디젤을 강제적으로 혼합시키도록 한 것이다.

지경부는“바이오디젤은 국제기구에서 인정하는 탄소중립원으로서 대기환경 개선 및 온실가스 감축, 제품 및 기술 수출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원 다양화, 석유위기 대응, 환경 개선 등을 위해 바이오디젤 사용을 의무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동안 정부가 경유에 혼합되던 바이오디젤에 대한 교통에너지환경세 면제를 종료했고 이것이 고스란히 경유가격 인상으로 연결됐다는 점이다.

실제 바이오디젤 의무혼합 정책 시행과 함께 면세기한이 2011년까지로 마감됐고, 추가적인 기한연기나 법안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의 경유가격 상승 요인도 여기에 일부 기반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면세정책이 종료됨에 따라 경유가격이 ℓ당 약 12원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경유에 부과되는 여러 가지 세금 중 바이오디젤 사용량 만큼 면제해주던 세금은 교통에너지 환경세(교통세)였다. 해당 세법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ℓ당 340원으로 책정돼 있으나 실제로는 10.3%의 탄력세율이 적용돼 375원이 부과되고 있다. 2011년까지 국내 정유사들이 공급하던 경유에는 바이오디젤이 2% 혼합돼 있었기에 ℓ당 교통세 375원의 2%에 해당하는 7.5원의 세금이 면제돼 왔다. 그러나 이 면세가 사라지게 되면서 경유 가격이 오르게 된 한 요인이 됐다.

또 하나는 교통세가 오름에 따라 이 교통세를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교육세와 주행세까지도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경유에 부과되는 교육세율은 교통세의 15%이며 주행세는 교통세의 26%다. 탄력세율을 적용 시 각각 56.26원과 97.5원이다. 교통세가 올라가면 교육세 주행세도 따라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바이오디젤의 면세가 사라진 올해부터는 교육세는 1.12원, 주행세는 1.95원이 각각 상승하게 됐다. 즉, 교통세 면제가 종료되면서 ℓ당 10.57원의 세금을 추가된 것이며, 여기에 따로 부과되는 부가세 10%를 더하면 결국 최종 소비자는 11.63원의 세금을 더 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바이오디젤 면세폐지로 인해 정부는 경유 1ℓ당 11.63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어 연간 2,092억원의 세금을 더 징수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하면서“소비자들은 세금을 내려달라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세금을 올려 소비자의 고육을 짜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는 매우 다른 입장이다. 애초에 바이오디젤은 경유가격을 낮추는 게 목적이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데 있기 때문에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조영 바이오디젤협회 사무국장은“면세종료로 경유가가 상승하겠지만 기존의 면세정책도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이기 때문에 불완전한 면이 있었다”며“경유를 사용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요금이 부과되는 것이 향후 바이오디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지경부 역시“바이오디젤 혼합의무화로 경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다만 정부차원에서 알뜰주유소 등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용하게, 지속적으로 오르는 기름값
실질적으로 현재 시점의 경유가격은 사상최고치의 상승세를 보였던 2011년의 최고 가격을 넘어선 상태다. ‘기름값 때문에 차량운행이 힘들다’는 화물차운전자들의 하소연과‘손해보면서 운행하는 느낌’이라는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주요 관련 기관들은 경유가격 상승의 위기감이나 요인을 분석하는 데 미진한 모습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2011년 말, 한시적으로 보였던 하락세를 근거로 안정권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연평균 27%의 경유가격이 상승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위기상황이 지나자 연말의 경유가격은 ℓ당 1,300원 선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작년 초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경유가격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완만하기는 해도 여전히 상승국면을 보이는 고유가 시대인 것이다.

더욱이 화물차운전자들의 운임 상승분은 이러한 경유가격의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에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화물차운전자의 유류비율이 전체 지출의 50%가 넘는 현실정에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경유가격으로 인해 화물차운전자들의 고민거리는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으며, 더 나아가 물류산업 전반에 걸친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이란 분쟁에 추가 상승 가능성
경유를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화물차운전자들이 바라는 것은 경유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알뜰주유소 등 다양한 방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정부는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이란산 원유수입을 감축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지정학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위험요소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이유였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 요인은 아니며 유가안정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중동지역의 불안은 여전히 국제유가 상승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미국과 이란간의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 전체가 배럴당 200달러에 육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는 평균 160~21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금년에도 국내외적으로 경유가격의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화물차운전자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경유가격의 상승분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입장에서 위기의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가가 올랐다고 운행을 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화물운송업계의 한 관계자는“지금도 견딜만큼 견딘 한계 상황인데 앞으로도 경유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라니 앞이 깜깜하기만 하다”며,“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 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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